주의: 이 글은 오메가버스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이 글에서 차용한 오메가버스의 설정:


1. 세계에는 두 가지 종류의 성별이 있다: 남 / 녀, 그리고 알파 / 베타 / 오메가.

2. 알파는 사회의 최상류층이다. 베타는 일반 사람이다. 오메가는 최하층 계급이다.

3. 오메가는 남녀 불문하고 임신을 할 수 있다 (알파는 여자도 거의 불가능). 베타는 보통 사람과 같다.

4. 오메가는 히트, 즉 발정기를 한 달에 한 번, 일주일 정도 겪는다. 오메가가 히트 중 흘리는 페로몬이 알파 역시 히트에 들어가게 만든다. 이 때, 알파는 이성을 잃고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 히트 중 알파가 오메가의 목덜미를 물면, 각인이 돼 평생 짝이 된다.

5. 알파는 여러 짝을 가질 수 있고, 짝 외에 사람과도 잘 수 있지만, 오메가는 짝인 알파 외에 다른 사람과의 섹스가 불가능하다.









사립기숙학교인 해월고등학교는 한국의 상위 1%만 들어갈 수 있는, 게다가 한국의 어느 고등학교보다 많은 알파 학생들을 보유하고 있는 명문고였다. 으레 그렇듯, 해월고는 그 자체로 작은 사회였고, 사회처럼 해월고 안에서도 제일 높은 곳에는 알파들, 그 밑에 부유한 베타들, 그리고 그 밑에 일반 베타들이 존재했다. 그보다 더 낮은 계급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해월고에서 이 홍빈은 왕으로 군림했다.


그냥 알파도 아니고, 할아버지가 세운, 그리고 아버지가 이사장인 학교에서 왕으로 군림하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더욱이 이 홍빈의 할아버지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벌 회사 해월의 회장이었으니까. 이 홍빈이 학교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다른 모든 학생들은 그를 왕으로 모셨다. 학생들 뿐만이 아니었다. 이사장 눈에 나기 싫은 선생들도, 교장까지도, 모두 홍빈의 눈치를 살폈다.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홍빈은 학생회장의 거실 딸린 독방을 차지했고, 그렇게 이 작은 왕국의 왕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1년 반을 지내자 이 홍빈은 그런 자신의 왕좌가 슬슬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밟으면 꿈틀거려야 밟을 맛이 나는 거지, 밟기도 전에 밟아달라 미리 앞에 와 눕는 사람들을 밟는 건, 전혀 만족감이 없는 일이다. 이 홍빈의 주위엔 늘 사람이 넘쳐났지만, 그 중 어느 하나도 친구라 할 수 없었다. 다들, 홍빈의 마음에 들어, 학교에서, 혹은 나중에 사회에 나가, 좀 더 편하게 살아보려 하는 족속들이라, 하나같이 시시했다. 모두가 설설 기는 학교 생활이 따분했다. 뭔가 새로운 놀거리가 필요했다.


그렇게 지내던 홍빈의 2학년 2학기가 시작된 날, 공 찬식이 전학을 왔다.









홍빈은 교실 맨 뒷자리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홍빈 주변의 책상에는 홍빈의 충신들이 앉아 있었다. 이 학교에 들어오면서, 아버지와 한 유일한 약속은 수업에 빠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성적이고, 뭐고, 다 아버지가 어떻게든 조작해 줄 수 있지만, 없는 사람을 있다고 하는 건 힘드니까. 아무리 학생들의 입을 막는다고 해도, 소문은 돌 테고, 홍빈은 나중에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글로벌 기업 해월을 이끌어갈 사람이니까. 그래서, 홍빈은 지겨운 표정으로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주변에서 떠드는 애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수업종이 울리고, 교실문이 열렸다. 담임이 들어오고, 담임의 뒤를 따라 처음 보는 남자애가 들어왔다. 특이하게도, 목에는 검은색 초커를 하고 있었다. 역시나 따분한 표정으로 담임을 쳐다보던 홍빈의 눈에, 그 초커가 먼저 들어왔고, 그 후에 초커의 주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홍빈과 비슷하게 무료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부로 우리 반에 전학 온 공 찬식이다. 인사해라."

"공 찬식이다. 보다시피, 오메가야."


초커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들 오메가란 말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찬식은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다 알게 될 거니까 미리 말하는 거야. 내 히트는 내가 알아서 할 거고, 반에 피해가지 않게 할 테니까, 걱정 마."


말을 마치고 찬식은 성큼 성큼 빈자리를 향해 걸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다. 여전히 찬식을 흘끗거리며 수군거리는 애들 사이로 찬식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홍빈의 눈이 반짝였다. 검은색 초커부터 따분한 듯한 저 표정까지, 재밌을 것 같은 녀석이다. 새로운 놀거리를 찾았다.









수업 시간에는 계속 찬식을 관찰했다. 주변의 세상에 관심을 끄고, 오로지 공부만 하려는 듯, 화이트보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주변에서 뭐라고 떠들던,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누군가 말을 걸면,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점심시간에는 학교 식당에 갔다. 이미 학교 전체에 오메가가 전학왔다는 소문이 퍼져, 녀석을 보려고 기웃거리는 학생들 사이에서, 찬식은 다른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식판에 음식을 받고, 한쪽 테이블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늘상 앉는 자신의 테이블에 앉아 지켜보던 홍빈은, 충신들이 식판을 들고 돌아오자 시선을 그들에게 돌렸다. 홍빈 앞에 놓인 식판은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녀석들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알아와."

"네?"


오랜만에 입을 연 홍빈에, 충신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저 오메가에 대해 알아오라고. 당장."


점심을 먹으려 수저를 들던 녀석들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저기 정보를 입수하러 갔다. 혼자 남은 홍빈은, 그새 밥을 다 먹고 식판을 들고 나가는 찬식과 눈이 마주쳤다. 찬식이 전혀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홍빈을 쳐다보더니, 피식, 웃고 나갔다. 홍빈은 그 웃음의 의미가 알고 싶어졌다.









선생이야 앞에서 떠들던 말던, 홍빈은 주변 애들이 알아온 찬식에 대한 얘기를 곱씹었다. 나름 잘나가는 알파 집안인 공씨 집안 아들이었던 아버지가 별볼일 없는 여자와 결혼해 내쳐졌다는 것, 게다가 찬식이 12살 때 오메가로 밝혀지자 아예 의절당했다는 것,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아버지는 사고로 죽고, 어머니 역시 병이 나 죽어, 얼마 전 찬식은 고아가 되었고,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식의 사촌형이 찬식을 거둬들였고, 이번 학기에 이 학교로 전학시켰다는 것, 등이 그 전부였다. 그 사촌형이 이 학교 출신이고, 꽤 유명한 변호사라 학교에서 그의 부탁에 특별히 오메가인 찬식을 받아준 것이었다.


다시 찬식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 어디 의지할 데도 없는 녀석이니, 홍빈 앞에서 바로 설설 길 녀석이다. 재미가 없다. 그래도, 어차피 할 일도 없는 거, 잠깐이라도 갖고 노는 게 낫겠지, 싶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홍빈의 기숙사방으로 찬식을 호출했다. 야자 중이라 못 온다는 답이 돌아왔다. 홍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잖아? 단 한번도 야간자율학습에 남아본 적이 없는 홍빈은, 다시 충신들 중 하나를 보내 찬식을 데려오라 일렀다. 이번에는 야자 끝나면 오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재밌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 싶어 내버려뒀다.


찬식은 정말 10시에 야자가 끝나고 나서야 홍빈의 방에 나타났다. 무려 5시간 동안 찬식을 기다린 홍빈은, 기다리게 한 만큼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찬식은 가방을 멘 채 노크도 하지 않고 홍빈의 기숙사방 거실로 쳐들어와,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홍빈을 쳐다보았다.


"왜?"

"뭐?"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왜 불렀냐고. 피곤해 죽겠는데."


띠껍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찬식에, 다시 재밌어졌다.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내가 알아야 해?"

"네깟 게 누구 앞이라고 말을 함부로 해?"


옆에서 충신들 중 하나가 발끈했다. 홍빈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한참 재밌어지려는데,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내가 너한테 관심이 좀 생겨서 말야."


홍빈의 말에 찬식의 표정이 바뀌었다. 다시 따분하다는 표정이다.


"알았어. 저기가 네 방이야?"


홍빈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여전히 소파에 굳은 듯이 앉아 있는 홍빈을 돌아보았다.


"뭐야, 안 할 거야?"


홍빈이 일어섰다.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너네 다 꺼져라."


다른 애들에게 한마디 남기고 찬식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애들은 벙찐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다, 슬그머니 나갔다.


찬식은 한쪽에 가방을 내려놓고, 교복 자켓을 벗어 책상 의자에 던져 놓고, 넥타이를 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쳐다보던 홍빈의 입가에 더 큰 미소가 번졌다.


"너, 재밌는 녀석이다?"

"넌, 뻔하고."

"뭐?"


넥타이 역시 자켓 위에 놓고,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아까 식당에서 봤을 때부터 이럴 줄 알았지. 내가 너같은 알파 새끼들 한 두 명 만난 줄 알아? 다 오메가라고 하면 깔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들이니까."

"난 전혀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말과는 다르게 홍빈은 침대 위에 앉으며 셔츠를 벗어 바닥에 떨겼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하고 싶어 안달이니, 거절하기도 미안하네."


역시 셔츠를 벗어 의자 위에 놓던 찬식이 피식, 웃었다.


"그럼 왜 부른 건데?"

"네 그 개목걸이가 탐나서."


바지 단추를 풀던 손이 잠시 멈췄다. 찬식이 다시 피식거렸다.


"그건 왜 하고 다니는 거야?"

"몰라서 물어? 너같은 새끼들한테 잘못 물렸다가 인생 종 칠까 봐 그런다."

"아... 난 그냥 네가 개새끼라 하고 다니는 줄 알았지."


피식거리던 찬식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하지만, 곧, 다시 차갑게 미소지었다.


"맘대로 생각하던가."

"그래. 개새끼 한 번 키워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너도 나쁘지 않겠네. 물지 않게 잘만 길들이면, 쓸모있겠어."


찬식이 바지를 벗어 한쪽에 놓고, 속옷까지 벗었다. 홍빈은 나체로 앞에 서 있는 찬식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정말 이러려고 부른 건 아니었는데, 남자랑 잘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는데, 그냥 초커를 한 오메가를 가까이서 구경하고 좀 괴롭혀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보니 나쁘지 않았다. 잠깐이 아니라, 좀 더 갖고 놀아도 될 것 같다.


찬식은 그렇게 셔츠만 벗은 채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있는 홍빈을 내려다보았다.


"뭐하냐? 나 빨리 하고 가서 숙제해야 되거든?"


뭐지? 이 묘하게 현실적이고 전혀 섹시하지 않은 말은? 그런데, 내려다보고 있는 찬식의 눈길에, 그 긴 속눈썹 때문에 드리우는 그림자에, 조금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홍빈은 침대에서 일어서서 찬식을 마주보고 섰다. 찬식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바지와 속옷을 같이 벗었다. 찬식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려는데 찬식이 밀치고 옆으로 지나 침대에 이불을 치우고 누웠다.


"그딴 거 할 시간 없으니까 빨리 하라고. 학교 첫날부터 숙제 안 해서 찍히고 싶지 않으니까."


무릎을 세워 다리를 벌리고 누운 자세로, 찬식이 홍빈을 올려다보았다. 홍빈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걸렸다. 정말, 재밌는 녀석이다. 길들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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