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상자를 돌릴 테니까 종이를 하나씩 뽑아요. 자기 이름 뽑으면 손 들고 얘기하기! 알았죠?"

반 애들 중 몇 명이 몸서리치는 게 보인다. 올해 새로 부임했다더니, 우리 담임은 아직 우리가 고딩인지, 유딩인지 구분이 안 되나 보다. 예쁜 여선생님이 담임이 됐다고 좋아했던 10분 전의 나를 죽여버리고 싶다.

우리가 17살이 아니라 7살이라 생각하는지, 입만 열었다 하면 애기들한테 하는 말투를 쓴다. 그리고, "학교폭력과 왕따는 무조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인지, 학교 첫날인 오늘, 조회가 시작되자마자 교실에 들어와 한다는 말이 한 달 동안 마니또 게임을 하면서 친해지자는 거다. 정말 유치해서 손발이 오그라든다. 한 달 동안 적어도 다섯 번은, 뭔가 그 사람을 도와주는 행동을 해야 하고, 한 달 후에 자기가 도와줬던 친구에게 자신의 정체가 들키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상이 있을 거란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저 이름 적힌 종이쪼가리를 소중히 간직해 달란다. 하... 진짜, 된통 잘못 걸렸다. 그래도, 어마어마한 상이라니, 솔직히 조금 혹하긴 했다.

어느덧, 상자가 내 앞에 왔다. 종이 한 장을 꺼내 아무도 안 보이게 슬쩍 열어보았다.

'공찬식'

그게 누구야? 상자를 뒤로 넘기고 애들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어제 입학식에서 처음 봤는데, 당연히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그렇게 애들을 훑어보다가 어떤 녀석과 눈이 딱, 마주쳤다. 녀석은 황급히 눈길을 돌렸다. 뭐지? 녀석을 계속 주시하는데, 녀석이 다시 나를 힐끔거린다. 뭐야, 내 마니또인가? 아니, 쟤도 내 이름을 아직 모를 텐데? 오늘 조회 시작하자마자 이걸 한다고 정작 출석체크는 하지 않았으니까.

선생님도 그제서야 생각이 났는지 시끄러운 애들 사이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 학생 여러분, 출석을 부를게요. 상자 돌리면서 자기 이름 들리면 손 들고 '네!' 외치기! 알았죠?"

누가 저 여자 좀 초등학교로 데려갔으면 좋겠다. 진짜 아무리 봐도 학교를 잘못 찾아왔다.

"공찬식!"

어? 내가 마니또 할 녀석의 이름이 불렸다. 녀석이 1번인가 보다. 누군지 찾아서 보는데, 아까 눈이 마주쳤던 애다.

"네."
"손 높이 들고 '네!' 하고 큰소리로 대답하기! 알았죠? 다시!"

녀석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붉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웃고 싶지만, 나나 다른 애들이 그래도 차마 웃을 수 없는 건 우리도 다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녀석이 손을 들고 좀 더 큰 소리로 말했다.

"네."
"그럼, 다음은..."

녀석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래도 손가락을 살짝 벌리고 애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주위를 둘러본다. 자기가 뽑은 게 누군지 찾고 있는 거다.

"이홍빈."
"네."

한 번에 해치우려 큰 소리로 대답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이 환하게 웃어주는데, 좋은 게 아니라 소름이 돋는다. 왠지 조련당한 느낌? 재빠르게 손을 내리고 다시 다른 애들을 쳐다보는데, 녀석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녀석이 서둘러 다시 시선을 돌렸다. 뭐지? 저 녀석이 내 마니또인가? 그럼 우리 서로 이름 뽑은 거야? 아니면, 왜 자꾸 날 쳐다 봐? 뭐가 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첫날엔 뭘 해보기도 전에 하루가 끝났다. 아무래도, 새로운 학교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게다가 녀석이랑 내 자리가 붙어 있지도 않아서, 자연스레 말 거는 게 될 것 같지가 않다. 아, 마니또 게임이 뭐라고, 벌써부터 피곤하다.

둘째 날, 담임이 역시 조회시간에 폭탄을 던졌다. 여전히 '친해지기 프로젝트'가 진행중인지, 이번에는 책상을 옮겨 둘씩 짝 지어 앉자고 한다. 여기가 초등학교냐고. 애들이 다들 하기 싫다고 한 소리 하니까 갑자기 풀이 죽는다. 아, 정말 짜증나는게, 예쁜 데다 옷도 하늘하늘하게 입으니까, 남고 애들이 홀라당 넘어가지, 그냥 배기겠냐고. 결국 담임 말대로 책상을 둘씩 나란히 정리했다. 아, 정말 다시 초등학교에 온 기분이다.

"이제 마음에 드는 사람이랑 앉기!"

다시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니까 금방 또 환히 웃으며 저런다. 정말... 담임한테 이런 말 하기는 미안하지만, 이상한 여자다.

책상을 옮겨 정리하느라 다 일어났던 우리는 결국 쭈뼛대며 다시 자리를 골랐다. 내가 원래 앉았던 창가 자리가 탐났지만, 보니까 공찬식 옆자리가 비어 있다. 그래, 어차피 한 달 동안은 내가 신경 써줘야 하니까, 차라리 같이 앉는 게 낫겠지, 싶어 녀석의 옆자리로 갔다.

"여기 앉아도 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웃겼지만, 그래도 예의상 물었다. 녀석이 날 올려다보더니 눈이 커다래졌다.

"어? 아, 응."

녀석의 옆에 앉았다. 반 한가운데라니, 아, 정말 싫다. 녀석은 날 처음 본 다음에 내 쪽을 보지 않는다. 그렇게, 둘째 날이 시작되었다.

그날 우리 교실에 들어오는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너네 왜 그러고 앉았냐?"란 질문과, 우리의 대답을 듣고 "아..."하며 우리에게 처음 와서 그러는 거라고, 곧 현실을 직시하게 될 거라고 위로해주었다. 우리 담임, 아무래도 교무실에서도 벌써 유명한가 보다.

그렇게 아침이 지나가고, 녀석과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조용한 성격인가? 나도 뭐 딱히 나서고 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조용히 있었다. 곧, 점심시간이 되었다. 녀석이 계속 조용히 있길래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같이 먹으러 갈래?"
"어? 아, 응."

녀석의 대답은 늘 똑같은 건지, 또 저렇게 대답한다. 얼굴이 좀 붉어졌다. 애가 조용한 데다 부끄럼을 많이 타나? 그래도 뭐, 챙겨줘야 되니까. 어마어마한 상이 탐나니까. 부끄럼타는 녀석과 같이 밥 먹는 게 도와주는 거에 포함되겠지?

녀석과 같이 학교 식당으로 향했다. 계속 말이 없다. 아, 이런 사람 불편한데. 결국 내가 다시 먼저 말을 걸어야 하잖아.

"우리 담임 완전 깨지 않냐?"

결국 생각해낸 건 담임이었다. 우리 반 애들 모두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그래도, 엄청 노력하고 있는 거 같은데."

어? 같이 욕할 줄 알았는데. 아니면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던가.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초딩도 아니고, 아, 완전 유치해."
"아, 그거 손들고 '네' 하는 건 정말 창피해."

하며 녀석이 웃는다. 웃는 게 꼭 강아지 같다. 그러고 보니 머리도 좀 복슬거리는 게, 진짜 강아지 같다. 생각보다 부끄럼타는 성격은 아닌가 보다.

한 번 말문이 트이니까, 녀석이 곧잘 떠든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먼저 말을 거는 게 어려웠다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국, 요즘 가장 큰 관심사인 게임 얘기를 시작하자 녀석의 눈이 빛난다. 진짜 나만큼 게임하는 걸 좋아하나 보다. 결국, 오늘 수업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PC방에 들리기로 합의를 봤다.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이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늘 같이 다니게 되었다. 어차피 짝이라 수업 내내 같이 붙어있으니까, 당연히 점심도 같이 먹으러 가고, 주번도 같이 걸리고, 하교길에는 게임도 몇 판 하고 가게 되었다. 사는 데는 좀 떨어져 있어서 게임하고 나서는 각자 집으로 흩어지지만, 학교에 도착해서부터 그때까지는 계속 같이 있는다.

처음 부끄러워하며 얼굴 붉히던 녀석은 어디 갔는지, 진짜 잘 재잘거리고, 진짜 잘 웃는다. 가끔 도저히 받아줄 수 없는 개그까지 친다. 그럴 때 정색하면 팔에 매달리며 애교를 부린다. 그럴 때 앙, 앙 거리며 강아지 소리를 내면 진짜 강아지 같다. 절로 귀여워 해 줄 수밖에 없는 녀석이다.

그래서... 정작 담임이 말한 한 달이 끝나갈 때쯤, 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어쨌든 마니또 게임이 아니었으면 녀석하고 친해질 생각은 못 했을 거다. 그런데, 녀석을 알아갈수록, 성격도 잘 맞고, 취미도 잘 맞고, 하니까, 처음 왜 저 녀석과 친해지려 했는지를 완전히 까먹은 채, 진짜 친하게 된 거다. 하지만 녀석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순전히 그 놈의 게임 이기려고 잘해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절대로 그런 게 아닌데.

결국, 게임이 끝나기 하루 전, 뒷자리 녀석에게 부탁해서 이름을 바꿨다. 어차피 이기는 건 물 건너갔는데, 괜히 찬식이 신경쓰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 대가로 게임 더럽게 못 하는 녀석 하루 캐리해서 티어 올려주기로 합의봤다. 아, 정말 짜증나지만, 부계로 해야지. 절대 저 녀석이 내 본계 모르게.

그날 처음으로 찬식이에게 다른 일이 있다고 그러고 따로 집에 갔다. 서운해하는 녀석의 얼굴에 조금 미안했지만, 그게 다 결국 녀석을 위해 하는 거니까. 그런데 한 달 동안 붙어 다니다가 따로 가니까 좀 허전하다. 그리고, 그 더럽게 못하는 뒷자리 녀석하고 게임하는데, 진짜 찬식이가 완전 그리웠다. 드럽게 못하면서, 죽어도 제일 어려운 캐릭터만 픽하다니, 아, 저 벌레새끼.








오늘도 방실거리며 담임이 아침 조회 시간에 들어왔다.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것 같아, 이제 다들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분위기다. 오늘은 작은 종이쪽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여기에 자기 이름과, 자기 마니또인 것 같은 사람 이름 써서 책상 위에 뒤집어 놔 주세요. 내가 돌아다니면서 걷을 게요. 아, 다른 사람 거 훔쳐보기 없기!"

저 말투만 어떻게 좀 바꿀 수 없나? 생각하며 종이에 이름을 적었다. 딱히 찬식이 외에 다른 애들한테는 관심이 없어서 그냥 찬식이 이름을 적었다. 아닌 것 같긴 한데, 사실 아는 이름이 찬식이밖에 없다. 어제 저녁 내내 같이 게임한 뒷자리 녀석 이름도 잘 모른다. 그리고, 솔직히 관심이 없어서 그러는지, 누가 딱히 나한테 잘해줬다는 느낌도 없다.

오늘도 하늘하늘 거리는 옷자락을 나풀거리며 담임이 종이를 걷어가고, 아침 조회가 끝났다. 오늘따라 찬식이가 좀 기운이 없다. 내가 어제 같이 안 놀아줘서 그러나? 하긴, 나도 그렇게 허전했는데 찬식이도 그랬겠지. 그 때, 찬식이 기운을 차리게 해 줄 뭔가가 생각났다.

"찬식아, 오늘 학교 끝나고 우리 집 갈래?"
"오늘? 왜?"
"우리 사촌형이 군대가면서 플스 나한테 주고 갔거든. 어제 새 게임 샀으니까 오늘 가서 그거 하자."
"와, 정말?"

녀석이 생각보다 더 기뻐한다. 그래, 녀석이 게임 얘기에 바로 넘어올 줄 알았다.

"그런 거면 같이 가지."
"응?"

갑자기 녀석이 이상한 말을 한다.

"어제 말야. 게임 사러 가는 거였으면 같이 가지."

아, 내가 게임 사느라고 집에 따로 갔다고 생각하는구나. 녀석, 따로 간 게 그렇게 서운했나? 어제 저 더럽게 못하는 뒷자리 녀석이 게임비까지 다 내서 용돈 굳은 김에 집에 가는 길에 하나 산 거였는데, 다행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찬식이 말고 다른 사람하고 그 게임한 걸 알면, 정말 배신감 느낄 거 같으니까 절대로 모르게 해야지.

하지만, 그래도 오늘 내내 간간이 보는 녀석의 얼굴이 좀 풀이 죽어 보인다. 또 뭐가 걸리는 거지? 혹시... 뒷자리 녀석이 불은 거 아냐? 아, 저 충새끼, 다시는 같이 해주나 봐라.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결국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다시 담임이 활짝 웃는 얼굴로 들어왔다.

"자, 그럼 결과를 확인해 볼까요? 두구두구두구..."

입으로 드럼 소리까지 낸다. 아... 정말...

우리가 아침에 낸 종이를 다 번호 순으로 정리했는지, 첫 번째로 공찬식이 불렸다.

"자, 우리 찬식 학생은... 이홍빈이라고 썼네요? 홍빈 학생, 맞아요?"

이런 미친. 저렇게 일일이 확인할 건가? 도대체 조회를 몇 시간을 하려고? 애들이 벌써부터 짜증내는 게 느껴진다.

"아니요."
"네, 그럼..."

담임이 다음 이름을 부르는데, 찬식이가 날 툭 쳤다.

"정말 너 아니야?"
"응, 아니야."
"진짜?"
"응. 내가 뽑은 거 볼래?"

어제 뒷자리녀석하고 바꾼 종이를 보여주었다. 녀석이 펴 보더니 날 보며 환히 웃었다.

"정말이네?"

그게 그렇게 기뻐할 일이야? 내가 다른 사람 이름 뽑은 게? 정말 저 벌레새끼랑 게임하면서까지 바꾸길 잘했나 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일일이 다 확인을 한 후에야 우승자가 몇 명 나왔다. 물론 난 종이에 이름이 쓰여진 녀석이 누군지도 몰라서 당연히 탈락했고, 내 마니또였던 녀석도 사실 얼굴도 잘 모르는 녀석이라, 그 녀석도 당연히 탈락했다. 다른 애들이 집에 가려 준비하는 시끄러운 와중에, 우승한 애들이 소리높여 담임에게 조른다.

"선생님, 그 어마어마한 상 안 주세요?"
"네, 우리 우승했잖아요."
"상 주세요, 상."
"상은 이미 받았잖아요."

담임의 말에 애들이 모두 어안이 벙벙하다.

"네, 결국 여러분 모두가 우승자이죠. 왜냐면, 그 어마어마한 상은 바로... 한 달 동안 여러분이 쌓은 우정이니까요!"

우승한 애들은 기가 차서 어버버 거리고, 다른 애들은 실컷 비웃어 주었다. 정말, 가지가지하는 여자다.

그렇게,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학교에서 나왔다. 찬식이는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역시, 녀석은 게임이면 다 되는가 보다.

집에 가는 길에 과자까지 사서 들어갔다. 누나들은 공부하느라 늦게 올 테고, 부모님도 퇴근이 늦으니까. 적어도 몇 시간은 할 수 있겠다, 생각하며 서둘러 플스를 세팅하는데, 집 구경을 하던 찬식이가 내 옆에 쪼르르 달려와 앉았다.

"이거 재밌다는 얘기가 많아서 산 건데 사실 나도 해본 적 없는 거라..."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뭔가 볼에 살짝 닿았다. 찬식이의 입술이다. 정말 살짝 쪽, 한 정도지만, 너무 놀라 얼어붙었다. 지금... 무슨 상황인거지? 녀석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엄청 환하게 웃고 있다.

"너도 나 좋아하는 거지?"

응? 이게 무슨?

"난 네가 내 마니또라 나한테 처음 말 걸어주고, 계속 친하게 지내주고, 나 매일 챙겨준 거라고 생각해서, 사실 조금 속상했거든? 그런데 아니었잖아. 너도 나 좋아해서 그런 거였지? 그치?"

아... 저렇게 눈을 빛내며 묻는 녀석한테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사실은 너 맞는데 다른 사람하고 이름을 바꿨다고? 그런데 난 애당초 왜 이름을 바꾼 거지? 어? 그런데 저 '너도'라는 말이 걸린다.

"너 나 좋아해?"
"응.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래서 네가 와서 같이 앉자고 그러고, 말 걸어주고, 같이 밥 먹어주고, 그래서 너무 기뻤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마니또 게임 때문인 거 같아서... 그래도 그 덕분에 친해져서 좋았는데, 그래도 좀 서운한 것도 있었어. 그런데 그거 때문이 아니었잖아. 그렇잖아? 너도... 나 좋아하는 거 아냐?"

말을 하면서 녀석의 얼굴이 점점 흐려진다. 내가 계속 굳어 있으니까 자기가 오해한 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나 보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하지만 녀석이 저런 표정을 지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금방이라도 울 거 같다. 여기에서 내가 아니라고 한다면, 친구고 뭐고 다 못 하는 거다, 이제. 그건 진짜 싫었다. 그래서 오늘 한 여러 거짓말 중에 하나를 더 보탰다.

"아냐, 나도 너 좋아해."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친구인데, 안 좋아할 리가 없잖아. 녀석이 다시 밝아진 표정으로 웃는다. 그게 너무 강아지 같아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강아지 한 마리 키운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아,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션이 너무 귀엽다. 눈을 접으며 웃는데, 그것도 강아지 같아서 귀엽다. 그래서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녀석이 내게 더 바짝 다가와 앉는데, 마치 보이지 않는 꼬리를 치는 것 같은 환상이 보인다. 그게 진짜 너무 귀여워 볼에 살짝 뽀뽀해 주었다. 아까 자기도 해 놓고, 내가 그러자 놀라 눈이 동그라진 녀석이 진짜 너무 귀여워서 입에도 살짝 쪽, 했다. 뭐, 강아지한테도 뽀뽀하고 그러잖아? 그런 감정이겠지? 계속 뽀뽀하고 싶은 것도, 녀석이 강아지같이 귀여워서 그런 거겠지? 내 강아지인데, 내가 안 예뻐해 주면 누가 예뻐해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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