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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빈/공찬] An Auction for... 3

#콩찬 #홍빈 #공찬 #Alternate Universe (AU)

도착하니 딱 시간이 맞았다. 그래서 서둘러 티켓을 끊고 기다렸다.

"이번엔 뭐 할 건데?"

방금 맛있는 떡갈비를 사 준 보답으로 한 번에 대답해주었다.

"모노레일 탈 거야."
"모노레일?"
"왜, 그거, 자전거로 움직여서 타는거."
"그건 레일바이크 아냐?"
"응?"

그때, 기다리던 모노레일이 왔다. 이런. 홍빈이 저 자식 힘들게 페달 밟게 하려고 여기로 온 건데, 헷갈렸었나 보다. 이건 지가 알아서 간단다. 이미 표까지 끊었는데, 안 타기도 뭐해서 결국 올라탔다. 그것도, 앞에 사람들이 다 몰려 타서, 자리가 남는 게 마지막 두 개밖에 없어서 홍빈이와 나란히 앉았다. 모노레일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사도 좀 가파르고, 이것도 생각보다 무섭다.

"괜찮아?"

내가 좀 무서워하는 게 보였나 보다. 홍빈이의 질문에 일부러 괜찮다 큰 소리로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그래도, 뭐, 나무도 많고, 공기도 좋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전망대에 도착해서, 탁 트인 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는데, 진짜 좋았다. 호수도 맑고, 하늘도 맑고, 기분이 꽤 좋았다. 예쁜 경치 사진을 찍고, 하면서 기분 전환이 좀 된 것도 같다. 물론, 역시나 높아서 좀 무서웠긴 했지만.

잠시 그렇게 전망대에서 경치를 구경하며 쉬고 있는데, 녀석이 불쑥 물었다.

"이 다음에는 뭐 할 거야?"

뭐, 그 정도는 대답해 줄 수 있겠다 싶어 핸드폰을 꺼내 메모를 열었다. 그 때, 녀석이 손에서 핸드폰을 채갔다.

"야, 뭐하는 거야?"

내가 오늘 할 일을 빼곡히 적은 메모를 본 녀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런, 저거 제목을 지옥 같은 하루라고 저장했는데, 혹시 그거 본 거 아냐? 황급히 핸드폰을 도로 뺐었다.

"뭐야, 남의 핸드폰을."
"야, 너 그거 다 하고 싶어?"

녀석이 조금은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얼마나 고심해서 짜온..."
"나 내일 아침부터 수업 있어. 지금도 꽤 피곤하거든? 그냥 이만 돌아가지?"

그러고 보니 갑자기 엄청 피곤해 보이긴 한다. 하긴, 오늘 내가 그렇게 마음고생을 시켰는데. 뭐, 내가 고등학교 때 당한 걸 생각하면 이건 새발의 피도 안 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도 얘 괴롭히겠다고 끌고 다니느라 피곤하다. 그것도 계속 높은 데로만 다녀서 마음까지 지친 것 같다. 그리고... 좀 마음이 풀린 것도 같으니, 이쯤에서 끝내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이 다음으로 하려고 생각했던 번지점프는 절대로 못 할 것 같기도 하다.

"뭐, 그럼 그러든가."

그렇게 전망대에서 내려와, 버스터미널까지 가서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에 올랐다. 내내 조용했던 홍빈이는, 이번에는 웬일로 별 군소리 없이 내가 예약한 자리인 저쪽 끝에 앉았다. 피곤해서 그러는가 보다, 싶어서 나도 신경 끄고 바로 잠들었다. 서울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이었다. 왠지 모르게 조금 어색해진 녀석한테 "잘 가라" 란 말과 함께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녀석이 따라 왔다.

"왜 따라와?"
"나도 이 방향이야."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말한 다음에 날 무시한다. 아니, 자기가 뭘 잘했다고 갑자기 저래? 아, 오늘 너무 괴롭힘을 많이 당해서 힘들어서 그러는 건가? 그런데... 왠지 생각했던 것보다 기쁘지 않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복수였는데... 아마도 나도 오늘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리니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녀석 역시 나랑 같은 정류장에서 내렸다. 저 녀석도 학교 근처에서 사나 보다. 정류장에서 얼마 안 떨어진 내 원룸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녀석이 옆에서 따라왔다. 왜 자꾸 따라와? 신경 쓰여서 쳐다보니 녀석도 제 갈 길 가는 건지 날 쳐다보지도 않는다. 뭐, 쟤네 집도 이쪽인가보지, 생각하며 계속 걸어갔다. 그렇게 걷다 보니 조금은 으슥한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이곳은 가로등도 없어서 혼자 다니기 좀 무서운 곳이라, 그래도 나 혼자보다는 누군가가, 그게 아무리 홍빈이 저 자식이라도, 같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홍빈이가 내 팔을 낚아채더니 날 골목길 벽에 밀어붙였다. 한쪽 팔은 벽을 짚고, 한쪽 팔로 내 몸을 벽 쪽으로 고정시켰다. 녀석의 얼굴이 불편할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뭐, 뭐하는 거야?"
"너, 진짜 나 괴롭히려고 그런 거야?"
"뭐?"
"나 괴롭히려고, 일일 데이트권 사고, 오늘 하루 종일 나랑 같이 있었냐고."

녀석의 눈이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그, 그래. 그래서 뭐?"
"왜?"
"뭐?"
"왜 나 괴롭히려고 그런 거냐고."
"그, 그거야 당연히 네가 나 고등학교 때 괴롭혔으니까."

녀석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웃기는 놈이네, 이거.

"내가 언제?"

아, 갑자기 정말 열받는다. 거의 한 학기 동안 날 매일매일 괴롭혔으면서, 어디서 오리발이야?

"네가 나 빵셔틀 시키고, 가방셔틀 시키고, 다른 애들하고 친해지지 못하게 나 왕따시키고, 그랬던 거 기억 안 나?"

녀석이 날 한참을 쳐다봤다. 그 표정의 의미를 읽을 수가 없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했다고?"
"와, 이거 완전 모르는 척하는 거 봐라, 그럼 내가 뭐 지어내고 있다는 거야?"

열이 뻗쳐 소리치는 내 얼굴을 보던 녀석이 갑자기 내게서 한 걸음 떨어졌다.

"아냐, 됐다."

그 말과 함께 녀석은 갑자기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뭐야, 저 자식..."









내 복수의 시작은 화려했으나, 그 끝은 꽤 참담했다. 이홍빈 저 나쁜 놈 때문에 처음에 30만 원을 썼고, 그 다음에 충주에 간 버스비며, 짚라인이며, 해서, 정말 통장이 탈탈 털렸다. 게다가 이홍빈 그 죽일 놈이 날 벽에 밀치는 바람에, 뒷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 당장 전화해서 물어내라고 하고 싶지만, 그러기도 참 애매하고, 그 녀석이 그때 돌아서기 전 지은 표정이 아무래도 뭔가 마음에 걸려서, 그냥 내가 수리했다. 결국, 마이너스다. 이제 한동안은 허리띠 바짝 졸라매고, 알바도 더 늘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새롭게 할 만한 알바를 찾는데, 전화가 울렸다. 보니, 이홍빈이다. 이 나쁜 놈은 왜 갑자기 전화야? 그런데 왜 녀석 전화번호를 안 지웠지? 뭐, 이왕 안 지운 김에 이따가 블락해야지. 그래도 우선은 전화를 받았다.

"왜."
"너 지금 학교야? 그럼 잠깐 나 좀 봐."
"아, 왜."
"여기 정문이야. 오든지, 말든지."

아오, 저 짜증 나는 새끼. 그래도... 왜 부르는지 한 번 가보기나 할까? 궁금하니까...

왠지 당장 가는 건 자존심 상해서 일부러 천천히 정문까지 걸어갔다. 녀석이 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오는 걸 본 것 같은데도 딱히 아는 체를 안 해서, 결국 내가 먼저 입을 뗐다.

"무슨 일인데?"
"잠깐 따라와 봐."

녀석을 따라 학교 옆 골목길에 들어섰다. 순간, 지난번 일이 떠올라 뒷주머니의 핸드폰 위에 손을 얹었다. 손은 벽에 조금 긁혀도 되지만, 액정은 소중하니까. 한참 걷던 녀석이 갑자기 멈춰 서서 뒤로 돌았다. 따라가던 나 역시 발길을 멈췄다. 녀석이 날 쳐다보는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녀석이 가방에서 봉투를 하나 꺼냈다.

"이거 30만 원이야."
"응?"
"이걸로, 네 하루를 살게."
"뭐?"

이 새끼가 또 무슨 헛소리를...

"네가 30만 원으로 내 하루를 샀잖아. 그러니까, 나도 이 돈으로 네 하루를 사겠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입은 그렇게 말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탐난다. 저 돈만 있으면, 알바 더 안 해도 되고, 다음 알바비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하루를 사서 날 얼마나 더 괴롭히려고?"
"그런 거 아냐. 내가 고등학교 때 널 힘들게 했다니까, 그거에 대한 사과를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네 인생에서 딱 하루만 나한테 팔아."

뭐가 저리 진지해? 눈으로 레이저를 쏠 듯이 날 쳐다본다. 여기에서 내가 거절하면... 아니, 거절하는 게 맞다. 사과는 무슨 얼어 죽을. 내가 한 학기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래도... 기회를 줘야 되는 건 아닌가? 뉘우치고 사과 하겠다는데... 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 언제?"
"다음 주 수요일."

아무리 생각해도 점점 이번 주 수요일의 데자뷰일 것 같은데... 설마 63빌딩 이런 데 데려가서 막 밑에 보게 하고 그러지는 않겠지?

"뭐... 뭐 할 건데?"
"그날 와보면 알아."

그렇게 말하면 점점 더 불안해지잖아. 하지만... 30만 원도 30만 원이지만... 뭔가 거절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하... 난 너무 착해서 탈이야.

"알았어."
"자, 여기."

내 대답에 바로 봉투를 건넨다.

"뭐야, 지금 주게?"
"응."
"내가 이거 먹고 튀면 어쩌려고?"
"넌 그런 애가 아니니까."

아, 이 봉투를 받으면 내가 내 발에 족쇄 채우는 거 같은데... 하지만 뭐, 이왕 하기로 마음먹은 거니까.

그렇게, 난 홍빈이에게 봉투를 받았고, 거래는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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