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이것들 경찰이라네?"
"뭐?"

사장의 말에 제빵사가 둘을 쳐다보았다.

"그럼, 없애야겠지?"
"그러네."

그렇게 간단히, 둘이 죽는 게 결정됐다. 홍빈은 곁눈질로 찬식을 쳐다보았다. 지난번 창고에 올 때도 총을 갖고 왔었다. 설마, 오늘도 갖고 왔겠지, 녹음기까지 준비한 걸 보면.

"밟아."

사장의 말에 제빵사와 주방보조 둘이 배트를 휘두르며 다가왔다. 폼이 예사롭지 않다.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최대한 다치지 않고, 둘 다 무사히 빠져나가는 방법이 있을까? 홍빈은 그렇다 치고, 찬식은 경찰도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 몸싸움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1대 3이란 말이다. 다시 말해, 절대 못 이기는 싸움. 그러니, 총을 꺼내는 게 시급하다. 하지만, 자켓 안에 손을 넣으면 단번에 알아챌 거다.

홍빈은 갑자기 찬식에게 주먹을 날렸다. 찬식이 놀라움에 비틀거리다 뒤로 넘어졌다.

"네가 일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사달은 안 벌어졌을 거 아냐, 이 병신새꺄!"

다른 넷은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어리둥절해 있다. 홍빈은 넘어진 찬식의 다리를 걷어찼다. 찬식이 다리가 아픈지 무릎을 구부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발목에서 총을 꺼내 전등불을 쐈다. 창고는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였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사장이 당황해서 말하는 게 들렸다. 홍빈 역시 당황했다. 총을 꺼냈으면 총을 든 사람을 없애야지, 왜 불을 끄냐고. 사장이 손전등 갖고 있는 거 알면서. 홍빈은 본인의 총을 꺼내들었다.

그 때, 약속이나 한 듯 손전등이 켜졌다. 그리고, 다시 총소리가 들렸다. 비명소리와 함께 손전등이 떨어졌다. 다시 창고는 어둠에 싸였다. 그제서야 홍빈은 총을 든 사장이 둘을 못 쏘게 하려고, 그리고 불이 비쳤을 때 그걸 표적삼아 사장을 쏘려고 찬식이 계산해서 불을 껐다는 걸 깨달았다. 머리가 나쁜 녀석은 아니다. 게다가, 표적이 될까 두려워서, 다른 녀석들도 핸드폰 후레쉬를 켜지 못 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찬식이 저 사장이 미친놈이라는 걸 계산에 넣지 않았다는 거다. 총을 어디에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총을 쏘는 손은 아니었는지, 총알을 맞아 열받은 놈이 무작정 찬식과 홍빈이 서 있던 쪽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총알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갑자기 총질이라니. 그것도 이렇게 메탈선반이 잔뜩 있는 창고 안에서. 까딱하다간 총알이 튀어서 본인이 맞을 수도 있다. 정말 미친놈이었다.

어떻게든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 총알을 막아줄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곳으로... 홍빈은 다시 밀가루포대를 떠올렸다. 아까 봤을 때 꽤 여러 개가 쌓여 있었다. 이 창고 안에서 제일 총알을 잘 막아줄 수 있는 방패막이다. 우선, 이 어둠 속에서 어떻게든 찬식을 찾아 그쪽으로 데려가야 한다. 아까 사장에게 처음 발각당하고, 밀가루포대가 쌓여있던 곳에서 창고 한 가운데로 나왔으니, 그 방향만 기억해내면 된다.

그때,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아직도 바닥에 앉아있던 찬식이 신음소리를 냈다. 찬식이, 뭔가에 맞았다.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홍빈은 바로 바닥에 엎드려 신음소리가 난 쪽으로 기어갔다. 곧, 뭔가가 잡혔다. 찬식의 팔이다. 축 늘어져 있는 게,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이거, 좋지 않다.

우선 찬식을 끌어당겨 제발 이 방향이 맞기를 바라며 밀가루포대 쪽으로 움직였다. 다행히, 곧 종이포대가 손에 잡혔다. 그 뒤에까지 찬식을 끌어다 놓고, 손으로 더듬어 포대를 세웠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생각하면서. 그 와중에도 저 미친놈은 뭐라뭐라 소리지르면서 총질을 계속 해대고 있다. 옆의 제빵사와 다른 보조들이 말리려 하지만, 듣지도 않는다. 정말, 돌았나 보다.

그때, 갑자기 창고 안에 굉음이 울렸다. 총알이 다 떨어졌는지, 놈이 야구방망이 하나를 뺏어 들고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한 모양이다. 메탈선반을 알루미늄 배트로 칠 때마다 소리가 창고에 울린다. 저 놈은 분명히 총알을 맞았는데, 어디에서 저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놀란 것도 잠시, 홍빈 바로 옆에 있던 선반이 굉음 소리와 함께 홍빈 위로 쓰러졌다. 선반에 놓여 있던 캔이 우르르 쏟아졌다. 참 볼품없이 죽는구나, 생각하며 홍빈은 정신을 잃었다. 꿈에서, 창고문이 열리고, 사람들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들린 듯도 했다.









"윽."

정신이 들자마자 머리가 너무 아파 차라리 영원히 잠들고 싶다. 머리를 만져보니 붕대가 감겨 있다. 눈을 뜨는 것 자체도 고통이다.

"이제야 정신이 들어?"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다 다시 머리가 아파 감싸쥐었다.

"너, 정말 운도 더럽게 없는 거 알아? 하필 네 위에 떨어진 선반에 놓인 게 케익 만들 때 쓰는 과일캔이었대. 그것도 수십 개가 한꺼번에 우르르 떨어졌다지? 게다가, 그 중 하나가 모서리로 머리를 찍었다나? 그래서 며칠은 머리 아플 거라고 그랬어."

다시 고개를 돌려 힘들게 앞을 보았다. 찬식이 옆 침대에 누워 있다. 보니, 여긴 병원인 것 같다.

"넌, 넌 괜찮아?"

말하는 것도 힘들다. 찬식이 손가락으로 다리를 가리킨다. 깁스가 보인다.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찼잖아. 그때 부러졌대."
"뭐?"

놀라 몸을 일으키다 토할 것 같아서 다시 누웠다. 찬식 역시 몸을 일으켰다.

"야, 괜찮아?"
"나, 나 때문에 다리가 부러졌어?"
"아, 농담이야."
"이 새끼가."

가뜩이나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그 와중에 농담이라니.

"네가 그때 찬게 엄청 아프긴 했지만, 부러질 정도는 아니고. 사장이 쏜 총알 하나에 맞아서 뼈가 몇 조각 났어. 그래도 괜찮아질 거라니까, 뭐."

찬식이 사장을 언급하니 그제서야 왜 이곳에 왔는지 생각났다.

"그 미친놈이랑 다른 놈들은?"
"다 체포됐지. 바로 경찰이 들이닥쳤다더라. 아, 난 벌써 진술서 다 썼거든? 너도 머리 좀 괜찮아지면 빨리 써야 돼. 지금 그 놈들이 만들어낸 크리스탈 때문에 이게 더 큰 사건이 되어버렸거든."

골이 아프다. 뭔가 생각나는 것도 같다.

"어차피 네가 다 녹음했잖아. 내 진술서가 뭐 그리 급해?"
"내가 무슨 녹음을 해?"

녀석이 홍빈을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뭐? 네가 녹음한 거 아냐?"
"도대체 어떻게? 핸드폰은 박살이 났고, 내가 창고 조사하러 가면서 녹음기를 따로 챙겨가지도 않았을 거고."

머리가 아프니 기억이 이상해졌나?

"네가 계속 사장한테 이것저것 물어봤잖아. 그거 녹음해서 그런 거 아니었어?"
"아니. 그거 시간 끌려고 그런 건데? 네가 지원요청 했으니까."

다시 머리가 울린다.

"어... 어떻게 알았어?"
"그때, 분명히 네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 걸 봤는데, 사장이 손 들고 나오라고 했을 때 네가 손에 잡고 있더라고. 그때 지원요청 했겠지, 싶었어."

역시, 머리가 나쁜 녀석은 아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더 물어보고 싶지만, 어차피 들어봤자 하나도 이해가 안 될 것 같다. 그냥 더 자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다시 제대로 누워 눈을 감았다.

"네가 그래도 나 좀 더 안전한 곳까지 끌고 갔다며. 고... 고마워."

저 녀석이 저런 말을? 이건 분명 꿈일 거야, 생각하며 홍빈은 다시 정신을 잃은 듯 잠이 들었다.









며칠 후, 홍빈은 경찰병원에서 퇴원했다. 찬식은 아무래도 뼈가 좀 더 제대로 붙을 때까지는 안정을 취해야 된다고 해서 며칠 더 있기로 했다. 홍빈이 경찰서로 돌아오니, 선배들이 다 잘했다며, 수고했다며 칭찬해 주었다. 기쁠 줄 알았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다. 그냥... 그렇다.

그냥 질 나쁜 헤로인만 파는 놈들인 줄 알았는데, 잡고 보니 거물급이었다. 어릴 때 소년원에서 만난 사장과 제빵사가 여러가지 일에 손을 댔다가, 이번에는 마약밀매로 노선을 튼 모양이었다. 밀반입 하다 걸린 후, 사장은 아예 직접 제조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결국 질 나쁜 크리스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제빵사는 정말 제빵은 물론, 여러 요리 자격증을 갖고 있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뭐든지 손으로 만드는 걸 잘한다고 했다. 그래서, 제빵사가 사장이 발견해낸 제조법을 이용해서 훨씬 더 순도 높은 크리스탈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그게 홍빈과 찬식이 본 목걸이에 걸려 있던 그 보석이었다. 질 나쁜 건 한국에서 팔고, 순도 높은 크리스탈은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었던 것 같다. 그 목걸이처럼 싸구려 유리 목걸이로 위장해서.

그러지 않아도 조만간 헤로인 장사는 접고, 더 이익이 남는 크리스탈 장사를 하려고 베이커리를 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원래는 베이커리를 통해 여대생들에게 중국 여행가는 비용을 대 주고, 그 대가로 헤로인을 밀반입 하고 있었다고 한다. 괜히 여대생 많은 지역에 베이커리를 연 게 아니었다. 하지만, 장사를 관둘 생각에 조심성이 없어지고, 결국 꼬리가 밟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사장이 욕심만 안 부렸다면 안 걸렸을 텐데, 그 와중에 베이커리를 팔면서 권리금을 높게 받으려고 홍빈과 찬식을 고용한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매출을 올릴 생각을 한 것 같다. 참... 마약으로 수십억을 벌어들인 사람이, 그깟 돈 몇 푼 때문에 잡히다니. 세상 참 우습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물론, 마약수사과가 크리스탈, 즉 필로폰까지 이미 수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건은 자연스레 검찰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그리고, 홍빈과 찬식은 표창을 받게 되었다.









찬식이 퇴원하는 날, 홍빈은 몇 번을 갈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둘이 그런 일을 겪었고, 그 전에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좀... 어색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래도 자기가 경찰인데, 정작 이 사건을 해결한 건 왠지 찬식 같아서, 경찰으로서의 자존심도 좀 상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낯익은 실루엣이 보이자, 왠지 반가웠다. 물론 말은 곱게 나가지 않았다.

"네가 여기 웬일이냐?"
"못 올 데도 아니고."

가로등 밑 벽에 기대 서 있던 찬식이 몸을 일으켜 섰다.

"그런 일을 같이 겪었는데, 술 한 잔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그럼 어디 술집으로 불러내지, 뭘 여기까지 왔어."
"부르면 안 올까 봐."

보니까 아직도 다리를 절뚝거린다. 홍빈은 부축해주려 한 걸음 다가갔다가 멈춰섰다.

"그렇게 걸어다녀도 돼?"
"당연히 안 되지. 아파 죽겠어."

절뚝거리다 약간 비틀거린다. 홍빈은 놀라 다가가 부축해줬다. 찬식이 옆을 보더니 씩 웃었다.

"그래도 걱정은 되나 보다? 퇴원한 이후로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 녀석이."
"그거야... 바빴어."

왠지 모를 변명을 하며 찬식을 부축해 몇 걸음 앞으로 걸었다.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우리집."

곁눈질로 찬식을 쳐다보았다.

"술 마시자며?"
"우리집 가서 편하게 앉아서 마시자. 다리 너무 아파서 어디 멀리 가기 싫어."
"집에 뭐 있어?"
"네가 나 데려다주고 뭐 사오면 되잖아."

뭔가 잘못 걸린 것 같다. 아까 반가웠던 거, 취소다.

"너, 그냥 술 마시고 싶은데 시켜먹을 사람이 없어서 나 찾아온 거냐?"
"오호... 역시 경찰이라 그런지 추리가 빨라."

버리고 갈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계속 부축해 걸어간다.

"너네 집 어딘데?"
"저기 큰길에서 택시타고 가면 금방이야."

그냥 큰길에서 녀석을 택시태워 보내버려야지, 생각했지만 어느새 같이 타고 있다. 이러다 진짜 같이 집까지 가서 녀석이 시키는 대로 술도 사오고, 안주도 사오고,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다음엔? 그땐... 홍빈이 원하는 것도 같이 해달라고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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