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사장 같은데?"
"아이씨, 헛소리 좀 그만해!"
"무슨 헛소리야, 솔직히 제일 의심가는 건 사장이거든?"
"사장은 그냥 게으른 사람이야. 게으른 게 죄는 아니잖아?"

홍빈이 찬식을 노려본다. 합동 수사가 정해진 첫날, 둘 다 각자의 수사기록과 그동안 모은 정보, 등을 공유했었다.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고 밤새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다음 날 알바가 끝난 후 회의실에 모여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었다. 물론, 베이커리 사장 때문에, 왠지 기분이 요상해서 누가 수사를 '리드'하냐는 얘기는 다시 꺼내지도 않았다.

수사기록 등을 살펴본 결과, 둘이 거기서 거기였다. 찬식도 홍빈과 마찬가지로, 알바하는 틈틈이 여기저기를 뒤지고, 제빵사의 핸드폰에서 비밀번호를 구해 창고에 들어갔고, 결국 그곳에서 홍빈과 마주친 거였다. 둘이 생각하는 게 꽤 비슷하다. 서로 그렇게 이를 가는 사이가 아니었으면, 그리고 전날 찬식이 한 말도 안 되는 거짓말만 아니었으면, 친해졌을 것도 같다.

다음 날은 둘 다 오후에 알바가 끝나서, 그리고 이제 어차피 따로 다녀봤자 소용없어서, 그냥 같이 회의실로 왔다. 그리고 화이트보드를 채워가며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홍빈은 아무리 봐도 사장이 마약밀매에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찬식은 말도 안 된다는 주의다.

"생각해 봐. 사장이니까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베이커리를 본거지로 쓸 수 있을 거 아냐."
"사장이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자기 가게를 그런 불법거래 하는 데 쓰겠어? 누가 봐도 제일 먼저 의심받을 건 가게 사장인데?"
"오히려 너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맘껏 할 수 있는 거지."
"사장 신상 팔 때 중국과의 커넥션이 있었어?"
"딸이 지금 중국에 유학 가 있어."
"그게 사장과 중국의 커넥션이야? 너 장난하냐?"

홍빈은 찬식의 말투에 발끈했다.

"그럼 넌 누구 같은데?"
"제빵사."
"너야말로 뭔 헛소리냐."
"제빵사가 제일 먼저 출근을 해. 모든 비밀번호를 다 알고 있어. 가게랑 창고, 아니, 건물 전체의 어디를 가도 절대로 의심 안 받아. 그리고, 가게가 자기 거가 아니야. 그러니까 여기서 뭔가 수틀리면 바로 관두고 없어져 버리면 돼. 제빵사야."
"말도 안 돼. 그 아저씨 하루 종일 뒤에서 빵만 굽잖아."
"빵 굽는 사람은 마약밀매 하면 안 되냐? 그 아저씨가 얼마나 부지런한데. 혹시 알아, 남들보다 몇 시간 빨리 와서 빵 반죽 섞으면서 마약도 섞고 있는지?"
"부지런한 게 죄는 아니잖아?"

이번엔 찬식이 노려본다. 홍빈은 뿌듯하다. 아까 찬식이 한 말을 고대로 돌려줬다. 그나저나, 진짜 잘 안 맞는다. 친해졌을지도 모른다는 말, 취소다.

결국, 그 베이커리 사장에서부터 일하는 사람들의 신상을 다시 털었다. 하지만 뭐 딱히 나오는 게 없다. 그렇다고,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그 베이커리를 통해 마약을 공급한다는 건 더 말이 안 된다. 아무래도... 그 창고가 제일 수상하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아 조사해 봐야 할 것 같다.








다음 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두 시간만에 홍빈과 찬식은 녹초가 되었다. 여대의 모든 학생들이 이 빵가게에 몰려오는 것 같다. 아니, 옆 동네 학교에서도 오는 것 같다. 진짜, 빵을 진열하기가 무섭게 없어진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홍빈과 찬식을 구경하러 와도 뭔가 사서 나가는 손님들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바글거리는 가게에서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던 홍빈의 시선에 사장이 들어왔다. 오늘도 어디 갈 데가 있다며 가게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온 사장은, 잠깐 들렸다며 사장실로 갔다. 그런데, 손에 뭔가 의심쩍은 종이봉투를 들고 있다. 에이 설마, 아무리 사장이 멍청해도 마약을 저렇게 들고 다닐 리가? 하지만, 너무 쌩뚱맞게 출근하자마자 갑자기 어디를 가야한다고 서둘러 나가더니, 다시 돌아와 저걸 놓고 다시 나갔다. 안에 뭐가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 확인하지 않으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결국, 홍빈은 옆에서 "꺄!"거리는 여자들을 무시하고 찬식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방금 사장, 봤어?"
"뭐, 그 봉투?"

그래도 눈을 폼으로 달고 다니지는 않나 보다. 여자애들한테 애교 떨고 끼 부리고 하느라 다른 건 못 볼 줄 알았는데.

"나, 확인해보려고."
"아, 제발. 너 그러다 듵통나면 나까지..."

얼굴을 맞대고 속삭이는 둘 옆에서 여자들이 점점 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제 귀에다 대고 소리쳐야 들릴 것 같다. 결국, 홍빈은 더 이상 얘기하는 걸 포기하고 찬식을 툭, 치고 나갔다. 난 사장실에 가서 확인해 볼 테니 넌 여기 있으라는 뜻이었다. 절대로, 다른 뜻이 아니었다.

"아가씨들, 미안해요. 우리 자기가 나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대. 조금만 기다려줘요, 알았죠?"

절대로 저 따위의 말을 남기고 따라오라고 한 게 아니었단 말이다. 내가 조만간 저 새끼랑 맞짱 뜬다, 생각하며 홍빈은 다시 이를 갈았다. 찬식이 쪼르르 달려와 어깨에 팔을 둘렀다. 뒤를 보니 여자 손님들이 영원히라도 기다려줄 기세다.

겉으로는 웃어보이며 찬식에게 이를 악물고 말했다.

"미쳤나, 이게."
"이왕 커플이라고 낙인찍힌 거, 이렇게라도 써먹을 수 있을 때 써먹어야지."

정작 찬식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아, 나 혼자 조사할 거라고."
"너 때문에 나까지 들키면?"
"그런 일 없어."
"널 믿을 수가 없어."

결국, 홍빈은 포기하고 찬식과 같이 휴게실 쪽으로 향했다. 휴게실로 가기 바로 전이 사장실이다. 문의 유리창에 쳐 있는 블라인드가 열려 있어서 안이 잘 보인다. 아까의 그 종이봉투가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아, 저거 진짜 수상한데."
"설마 저렇게 대놓고 들고 다니겠어?"
"자기 가게를 불법거래에 쓰는 사람인데,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을까?"
"그거야 네 생각이잖아."

결국 다시 그 얘기의 반복이다. 이러다 또 끝이 없을 것 같아서, 홍빈이 문 쪽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 어? 문이 살짝 열려 있다. 사장이 제대로 닫지 않고 간 것 같다. 이건 기회다.

홍빈은 결국 들어가지 말라는 찬식을 무시하고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종이봉투 안에는... 아내에게 줄 선물인 듯, 목걸이케이스가 들어 있었다. 안을 아무리 살펴도 목걸이밖에 없다. 목걸이의 보석이 좀 특이하게 생긴 것 빼고는, 그닥 특징이 없다.

"거 봐, 이 멍청아."

어느새 따라 들어온 찬식이 옆에 서 있다.

"아이씨, 뭘 이런 걸 대낮부터 들고 다녀?"

괜히 겸연쩍어진 홍빈은 종이봉투를 다시 제자리에 놓고 문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발소리를 들었다. 벌어진 문틈 사이로 들리는 저 발소리는 분명, 다들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사장의 키높이 구두의 굽 소리다. 이런 미친. 제대로 걸리게 생겼다. 홍빈은 정말, 얼마 전에 본 영화에서 영화 주인공들이 이렇게 하는 걸 본 게 생각나서, 정말 그 외에 다른 게 생각 안 나서, 이 상황을 벗어날 다른 어떠한 방법도 생각이 안 나서, 찬식을 문 옆 벽에 밀치고 키스했다.

"읍, 윽."

얼굴을 양손으로 꽉 잡아 고정시키고 찬식에게서 어떠한 소리도 나가지 않게 입으로 막았다. 그러길 몇 초 후,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둘이 여기서 뭐하는 거야?"

딱히 화난 말투가 아니라, 웃음을 참는 것 같다. 홍빈은 그제서야 찬식을 놓아주고, 사장을 놀란 척 쳐다보았다.

"어? 아... 여기 휴게실 아니에요? 문이 열려 있어서..."
"서로한테 정신이 팔려 어디 가는지도 몰랐구만? 아무리 그래도 일하다 도중에 이러면 안 되지."
"죄송해요... 그냥,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져서."

이번엔 찬식이 홍빈을 미친놈 보듯 쳐다본다. 홍빈도 방금 한 말을 주워담고 싶다.

"뭐, 나도 우리 와이프랑 신혼 때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어. 좋을 때지."

사장이 느끼한 윙크를 날린다. 홍빈과 찬식은 사장에게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사장실을 나왔다. 찬식이 소곤거렸다.

"미친 새끼가, 도대체 뭘..."
"네 말대로, 이렇게라도 써먹을 수 있을 때 써먹어야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홍빈은 노려보는 찬식을 지나쳐 걸어갔다. 새로 나온 빵을 진열하며, 떨리는 손과 터질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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