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서 벌어진 일..."
"내가 이 사건을 몇 달째..."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마약 사건은 마약수사과에서..."

회의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앉아 있는 홍빈과 공찬이 서로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자기 말만 하고 있다. 홍빈 옆에 앉은 강력 3팀장과 찬식 옆에 앉은 부장검사는 서로 쳐다보며 애들이 그렇지, 란 표정을 지어보인다. 결국, 3팀장이 손을 들어 두 사람의 말싸움을 중지했다.

"그래서, 어쩌고 싶은 건데?"
"당연히 마약 관련 사건 수사..."
"우리 동네 일이니까..."

다시 손을 들어 둘의 입을 다물게 한다.

"이 경위. 너 먼저 말해 봐."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사건이잖아요. 게다가 애가 하나 죽었어요. 당연히 우리 관할이죠."

홍빈의 말에 찬식이 발끈한다.

"말도 안 돼요! 내가 이 사건에 쏟아부은 시간이 얼만데! 게다가 이런 사건은 원래 우리 마약수사과가 수사해야 되는 거잖아요."
"이 동네 학생들이 피해자라구요. 당연히 우리가 해야 되죠!"
"엄밀히 따지면 베이커리는 이 서 관할구역이 아니죠. 그러니 우리가 수사하는 게 맞죠."
"누가 그렇게 자로 잰 듯..."

이러다가는 밤을 샐 것 같아서 이번에는 부장검사가 손짓으로 둘을 조용시키고 물었다.

"공 검사, 넌 어떻게 그 베이커리에 대해 알게 됐어?"
"꼭 말해야 되요?"
"하기 싫음 하지 말던가."

뚱한 홍빈의 목소리에 찬식이 홍빈을 한 번 째려보고 대답한다.

"두 달 전, 공항에서 한 여자가 단속에 걸렸어요. 짝퉁 가방을 몇 개 가지고 오다가요. 그런데, 여자가 긴장을 했는지 갑자기 토하더라는 거예요. 여자가 토해낸 게 작은 비밀봉지에 든 헤로인이었어요. 중국에서 밀반입하다 걸린거죠. 그 여자, 운반책인데 욕심 내서 가방까지 가져오다 걸린거구요. 그런데 그 여자가 가져온 헤로인이 한국엔 처음 들어온 진짜 질 나쁘고 여러가지 섞여 있는 거라, 우리 쪽으로 왔어요. 그래서 그 여자 데려다  마약을 어디에 가져다 주기로 한 건지 조사해서 그 다음, 그 다음, 이렇게 딜러들을 추적했는데, 결국 그 베이커리에서 단서가 끊겼어요. 그래서 제가 그곳에 잠입수사 들어간 거구요."

부장검사는 이번에는 홍빈을 쳐다본다.

"이... 홍빈 경위? 이 경위도 한 번 얘기해 봐."

홍빈은 팀장을 한 번 쳐다본 후,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어떻게 베이커리에 대해 알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부장검사와 팀장은 서로 쳐다보았다.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다른 경로로 알게 된 거면, 그 베이커리에 뭐가 있긴 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미 제가 잠입수사를..."
"저도 벌써 수사가 진행이..."

부장검사가 다시 손을 들었다. 홍빈과 찬식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미 둘 다 잠입까지 했는데, 한 명 빼기도 그렇고, 괜히 의심갈 일 만들 필요는 없지. 차라리 합동수사로 방향을 잡는 게 어때?"
"절대 싫어요! 이건 제 사건인데..."
"제가 왜 검찰 쪽이랑 합동수사를..."
"한 번만 더 입 열어 봐, 둘 다."

팀장의 험악한 목소리에 둘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 대신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둘이 조용해지자 팀장이 부장검사에게 대답했다.

"어차피 우리도 지금 일손 딸리고, 그쪽도 지난주 필로폰 터져서 바쁘다며."
"소식 빠르네. 그래서 올해 검사 임용된 우리 막내 공 검사가 이번에 갑자기 이 사건 리드를 맡게 된 거지."
"그러면 같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경찰, 검찰 합동수사라니, 옛날 생각 나네."

홍빈은 둘의 대화를 들으며 분위기가 영, 안 좋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둘이 처음 봤을 때부터 친해보이더라니... 오래된 친구였나 보다. 차라리 앙숙이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렇게, 홍빈과 찬식은 졸지에 합동수사를 하게 되었다.








둘 다 서로의 건물에서 일하기 싫다고 버티다가 혼나고, 결국 방금 모임을 가졌던 경찰서의 회의실을 합동수사본부로 정했다. 뭐, 그래봤자 홍빈, 찬식 둘밖에 없는 수사팀이었지만. 그 후, 아침 일찍 회의실에 모였던 네 사람은 헤어졌다. 홍빈과 찬식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베이커리로 향했다. 당연히 같이 가지는 않았다.

홍빈은 억울했다. 말이 합동수사지, 뭔가 성과가 나오면 당연히 검찰 측에서 채갈 거다. 갑자기 맥이 풀렸다. 그래도, 어린 애 한 명이 죽었고, 그 마약에 이미 중독된 애들이 수두룩하다. 그 애들을 위해서라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베이커리에 도착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가게로 나왔다. 잠시 후 찬식도 카운터 뒤로 왔다. 둘은 별다른 말 없이 일을 시작했다. 오늘도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손님이 별로 없었다. 사장은 역시, 늦게 출근하자마자 어디 가야 한다며 바로 나갔다. 그렇게 가게 안에는 다시 홍빈과 찬식, 그리고 다른 알바생 둘, 이렇게 넷이 남았다. 어차피 손님도 없겠다, 사장도 없겠다, 넷 다 약속이나 한 듯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홍빈은 핸드폰에 깔린 앱을 살펴보았다. 베이커리에서 일할 때 쓰는 핸드폰이라 뭐 별거가 없다. 게임이나 하나 깔아서 할까, 생각하는데, 갑자기 새로운 톡이 떴다. 찬식이다. 아까 내키지 않았지만 연락처를 주고 받았었다.

'이따가 알바 끝나고 바로 본부에서 회의해.'
'그러지 않아도 그러려고 했거든? 그리고 왜 네가 하자 말자야. 이 수사팀 리드는 내가 하기로 했잖아.'
'웃기시네. 내가 리드거든?'
'아이씨, 내가 리드하기로 했잖아.'
'내가 이 사건 더 오래 수사했고, 내가 더 잘 알아. 그러니까 내가 리드야.'
'이 마약이 유통 제일 많이 된 곳이 우리 동네야. 그러니까 내가 리드지.'
'그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 내가 리드야.'

이러다 또 영원히 싸울 것 같아서 결국 홍빈이 마지막 톡을 보냈다.

'야, 너 나와.'

둘은 다른 두 알바생에게 잠시 가게를 맡기고 직원휴게실로 갔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둘은 소곤거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네가 리드냐고!"
"그러는 너야말로 검사면 다냐? 얻다 대고 지가 리드를 하겠다, 말겠다, 혼자 정하고 있어?"
"그런데 너 왜 아까부터 말이 짧냐? 딱 봐도 나이 어려 보이는 게."
"나 올해 25살이다. 너나 나한테 존대해."
"나도 25살이거든? 너 생일 언제야?"
"유치하게 그럴래? 지금 그런 얘기 하자고 온 게 아니잖아."
"그래. 그러니까 내가 리드 하겠다고."
"웃기지 말라고. 내가 리드 한다고."

갑자기 문이 열렸다. 둘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싸우고 있었단 걸 깨달았다. 그리고... 열린 휴게실 문 뒤로 사장이 서 있었다.

"너네 둘, 아는 사이냐?"

이런, 걸렸다. 홍빈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마하려 머리를 굴렸지만, 아이디어가 전혀 없었다. 사장이 둘을 계속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왜 모르는 척했어?"

도대체 왜 이렇게 걸렸을 때 말할 변명거리를 생각해 놓지 않았지? 홍빈은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찬식이 갑자기 홍빈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이 새끼가 미쳤나, 란 생각에 찬식을 쳐다보는데, 찬식의 말에 바로 경악했다.

"죄송해요. 우리, 사귀는 사이예요."

놀라움에 사장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홍빈만큼 놀라지는 않았을 거다. 찬식은 홍빈의 손을 더 꽉 잡아, 닥치라는 신호를 보내고 말을 이었다.

"그게... 보시다시피 우리가 대놓고 드러낼 수 있는 사이도 아니고...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데 우리 사이 아시면 아무래도 좀 안 좋게 보실까 봐, 서로 모르는 척했어요. 죄송해요, 기분 나쁘시죠?"

말은 또 드럽게 잘한다. 누가 검사 아니랄까 봐. 사장은 여전히 놀란 눈치였지만 손사레를 쳤다.

"아니야, 죄송할 일이 아니지.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냐.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오? 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믿다니...

"아, 아까 그래서 그걸로 싸우고 있었구나... 무슨 말인가 했는데, 리드한다는 게 그런 말이었어."

사장이 깨달은 듯 말한다. 도대체 뭘! 뭘 생각하는 거야! 그런 거 아니라고, 절대로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찬식이 이렇게 말을 해 놓은 이상, 여기서 홍빈이 뭐라도 딴말을 했다가는 둘 다 위장이 들킬 테고, 아, 정말, 공찬식 저 새끼. 홍빈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제 아플 정도로 홍빈의 손을 꽉 잡고 있는 찬식이 어색하게 하하, 웃었다.

"아... 들으셨어요?"
"걱정 마, 나 완전 오픈마인드인 사람이야. 그리고, 내가 어디 드라마에서 봤는데, 잘생긴 남자들은 다 유부남 아니면 게이래. 내가 유부남, 두 사람이 그거니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네."

허허 웃으며 사장은 갔다. 사랑싸움 그만하고 다시 카운터 보러 나오란 말을 남기고. 찬식은 그제서야 홍빈의 손을 놨다. 홍빈은 당장이라도 저 녀석의 목을 조르고 싶었지만, 조용히 속삭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야, 미쳤냐?"
"그럼 어떡해? 생각나는 게 그것밖에 없는데."

찬식 역시 소곤거렸다.

"그래도, 아이씨, 내가 너랑... 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미친놈 아냐? 상상을 왜 하냐?"

오히려 홍빈을 이상한 놈 취급하며 찬식은 휴게실을 나갔다. 홍빈은 다시 이를 갈며 뒤따라 나갔다.

설마, 사장이 둘이 커플이라고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는 않겠지, 란 생각은 바로 무참히 깨어졌다.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금세 여대에 돌았다. 신기한 건, 그 소문이 퍼진 뒤로 손님이 더 많아졌다. 가게에 들어오려고 밖에 줄을 서서 기다린다. 홍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당초, 잘생긴 알바생을 보러왔던 거 아니었나? 둘이 커플이라면 싫어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다들 더 좋아한다. 둘이 같이 서 있기라도 하면, "꺄악!" 거린다. 그리고 홍빈이나 찬식에게 "힘내세요, 응원할게요" 따위의 말을 건넨다. 뭘 힘내고 뭘 응원한다는 건데? 참... 여자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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