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앉아."

무릎을 꿇고 네 발로 서 있던 난 콩이의 말에 앉았다. 두 앞발, 아니 두 손은 여전히 땅에 댄 채로. 아, 수치스럽다. 우리 옆에 앉아 있는 강아지는 그런 우리를 멀뚱멀뚱 보고 있다.

"이쪽 손."

오른손을 들어 콩이가 내민 손에 놓았다.

"반대 손."

이번엔 왼손을 들어 콩이에게 줬다.

"기다려."

콩이가 과자 하나를 내 코 위에 얹어놓았다. 난 그 상태로 얼었다.

"잘했어."

콩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과자 한 개를 먹여주었다. 아... 정말 너무 치욕스럽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첫째 주에, 반 애들 얼굴을 다 알기 전에 콩이를 PC방에서 만났다. 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꽤 잘하길래, 우리 학교 교복이어서 말을 걸었는데 알고 봤더니 우리 반이었다. 콩이는 저쪽 끝, 나는 이쪽 끝에 앉아서, 그리고 딱히 학교에서 그닥 집중하는 편이 아니라 몰랐던 거였다. 그렇게 친해졌다. 사는 동네도 가까워서 학교 끝나면 같이 PC방 들려서 게임하다 가곤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콩이가 오더니 강아지를 입양했다고 하는 거다. 강아지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이놈의 알레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 키우고 있다. 강아지, 그것도 완전 애기가 집에 있다니, 아, 너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 끝나자마자 콩이를 졸라서 집으로 보러 왔다. 콩이네 누나들은 학교에, 부모님은 일하러 나가시고, 집에는 강아지만 있었다.

으아, 정말 너무 귀엽다. 조그마한 솜뭉치가 어설프게 뛰어다닌다. 살짝만 만져봤다. 마음같아선 안고 뒹굴고 싶다. 막 뽀뽀해주고 쓰다듬어주고 싶다.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런데 콩이가 갑자기 애기 훈련을 시켜야 된다는 거다.

"무슨 저런 애기를 훈련을 시켜?"
"야, 넌 조기교육이란 말도 모르냐? 어릴 때부터 시켜야 더 잘 하지."

그런가? 뭐, 주인이 더 잘 알겠지. 그런데 콩이의 다음 말에 너무 황당했다.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둘 중 하나가 강아지인 척하고 훈련 받는 모습을 강아지한테 시범 보여야 한다는 거다.

"뭐? 왜?"
"생각을 해 봐. 너, 어릴 때 누가 영어하면 알아들었어?"
"아니."
"얘도 지금 애기라서, 개 말 겨우 배우고 있을 텐데, 우리가 사람 말로 떠들면 하나도 못 알아들을 거 아냐?"

아, 생각해 보니 일리있는 말이다.

"우리가 백날 설명해줘 봐야, 애기가 못 알아듣고, 무섭기만 할 거 아냐. 이렇게 조그만데, 우리처럼 큰 사람 둘이서 계속 말로 뭐라고 하면, 혼나는 거라고 생각하고 기 죽을 수도 있고."

애긴데 기 죽으면 안 되지. 콩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우리 둘 중 누가 강아지 역을 해야 되지? 결국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그리고, 내가 졌다. 어디가서 웬만하면 가위바위보는 안 지는데, 이상하게 콩이한테는 늘 진다.

그래서, 졸지에 내가 강아지 역을 맡아서, 지금 이렇게 치욕스런 모습으로, 애기 앞에서 이런 걸 하고 있는 거다.

강아지는 그러는 우리가 신기한 듯 계속 옆에서 갸우뚱거리며 쳐다보았다. 아, 너무 귀엽다. 내가 아무리 치욕스러워도, 귀여운 널 위해 참고 해주마.

그렇게 한참을 앉아, 손, 기다려 등을 보여줬다. 반복이 중요하다고 해서 계속 했다.

다시 한 번 하나씩 다 해보는데, 기다려 다음에 콩이가 갑자기 뭔가를 덧붙였다.

"자, 뽀뽀."

그래, 뽀뽀. 뭐? 뽀뽀? 반발했다.

"웬 뽀뽀야?"
"야, 강아지들한테 그것도 가르치거든?"

전혀 믿지 못하는 나를 위해 콩이가 인터넷에서 비디오를 찾아 보여줬다. 아, 진짜 강아지한테 뽀뽀하는 걸 가르친다. 하지만... 그래도 좀...

"그래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넌 저 애기가 뽀뽀해 주면 좋을 것 같지 않아?"

옆의 강아지를 쳐다보았다. 옆에 가만히 앉아 우리에게 집중하던 녀석이 금세 질렸는지 다른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 저 강아지가 뽀뽀해 주는 상상을 하니, 아, 너무 귀여웠다. 정말, 그건 가르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쟤 우리 전혀 안 보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거야 우리가 지금 못 알아듣는 말로 얘기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하긴, 나도 원어민쌤이 얘기하고 있으면 딴짓 하니까.

"어떻게, 할 거야, 말 거야?"
"알았어. 해."

콩이가 다시 저 멀리 놀고 있던 강아지를 옆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우리 옆에 놓았다. 강아지는 다시 우리 둘을 쳐다보았다.

"자, 뽀뽀."

콩이가 자기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애기를 위해 꾹 참고 콩이 입술에 쪽 했다.

"잘했어."

콩이가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과자를 주었다. 이제 내가 정말 강아지가 된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다시, 뽀뽀."

또 입술에 쪽, 했다. 그것만 몇 번 했다. 콩이가 아무래도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다. 당한 느낌이다.

그렇게, 강아지가 잠들 때까지 계속 시범을 보였다. 강아지가 잠든 후, 우린 PC방에 가기 위해 콩이의 집을 나섰다.

"내일도 올래?"
"내일?"
"응. 훈련 시작한 김에 계속해야지. 안 그럼 까먹잖아, 애긴데."
"아... 그런가?"

내일도 또 저 강아지를 보러 올 수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그럼 내일은 과자 말고 젤리로 해. 난 젤리가 좋아."

앗, 아니지. 이런 패배의식을 벌써부터 가지면 안 되지.

"아, 내일도 누가 강아지 할 건지 가위바위보로 정할 거지?"
"그래."

콩이가 다시 웃음을 참는 것처럼 보인다. 아까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일은 절대 안 질 거야, 두고 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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