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를 찾아 헤맸다. 어디에도 없었다. 동우의 어머니까지 진영에게 전화해, 동우를 찾아내라며 닥달했다. 어머니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숨었다니, 도대체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진영은 절망했다. 동우와 다시 만나 제대로 얘기 한 번 나눈 적이 없었다. 동우가 이럴 때 어디를 갈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진영이 아는 건 어릴 때의 동우가 다였다.

그 생각이 들자, 어릴 때 기억이 떠올랐다. 결혼해서 동우 집에서 같이 살자고 한 말. 설마 싶었지만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어릴 때 살았던 아파트로 향했다. 동우의 옛날 집 초인종을 누르니 웬 여자가 나왔다. 그 곳에 몇 년을 살았다고 했다.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혹시나 싶어서 옆집, 옛날 진영의 집이었던 아파트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도어락을 열었다. 비밀번호가 뭘까, 생각하다가 동우의 생일과 진영의 생일을 눌러보았다. 둘 다 열리지 않았다. 결국 이 집이 아닌가 보다, 실망하며 돌아서려던 진영의 머릿속에 아까의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설마하면서 그날, 동우가 청혼 아닌 청혼을 한 날짜를 눌렀다. 문이 열렸다.

집 안은 어두웠다. 커튼이 쳐 있어서 실내가 어둠에 싸여 있었다. 현관에서 뭔가가 밟혔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잘게 부서진 유리조각인 듯했다. 신발을 벗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깨진 꽃병 조각과 스탠드, 등이 널려 있었다. 마치 집에 들어온 누군가가 손에 닿는 모든 걸 바닥에 던져버린 것처럼.

거실 한쪽 소파에 뭔가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아, 진영은 커튼을 걷었다. 갑자기 비치는 햇빛 아래에서 그 사람이 인상을 쓰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 역시, 동우였다.

보자마자 화낼 생각이었다.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는데, 이제와서 내치려고 하냐고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바닥에 널려진 깨진 유리조각들처럼, 깨져버린 모습의 동우를 보자,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수염도 채 깎지 않고, 마치 그 모습 그대로 며칠을 앉아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동우에게 다가가, 그런 동우를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이 정신을 차린 동우는, 처음엔 진영을 밀어냈다. 하지만, 진영이 목을 꼭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자, 결국 진영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그렇게, 둘은 한참을 있었다.








"아버지가... 다 알고 계셨어."

진영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누워 있던 동우가 말했다. 동우의 어깨를 한 손으로 어루만지며, 다른 손을 머리카락 속에 넣고 쓰다듬어 주던 진영은, 그런 동우를 내려다 보았다. 침실로 들어와, 지칠 때까지 서로를 안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이제야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 같아서, 진영은 말없이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아버지 아들이 아니라는 걸."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손이 멈칫했다. 동우의 그 말로, 많은 것이 이해되었다. 왜 스스로를 그렇게 깨버리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알게 됐어. 어머니가 여기저기 손을 써서 DNA 검사 조작까지 해 가며 날 아버지 아들로 만들었다는 걸. 웃기지 않아? 어릴 때 들었던 첩의 아들이라는 말이 그렇게 상처가 되어서, 몇 년이 지나도 늘 어제 생긴 상처같이 쓰리고 아팠는데, 난 그것마저도 아니었어. 그런데... 내가 드디어 아버지 호적에 올라가서, 제대로 된 아들이 되었는데, 그것마저도 아니면 난 첩의 자식보다도 못한 놈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알게 된 후에 아버지한테 말을 못하겠더라."

동우가 잠시 침묵했다. 진영은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버지한테 말을 못 하니까, 차라리 아버지가 날 내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몸도 함부로 굴리고, 사고도 있는 대로 다 치고, 그랬는데도 아버지는 다 수습해 주셨어. 아버지는 처음부터 다 알고 계셨던 거야. 그래서, 내가 사실을 알게 된 걸 깨닫고, 안쓰러워하신 거지. 어디서 애비도 모르는 자식을 당신 아들이라고 해준 것도 모자라, 그렇게까지 사랑해 주셨어. 그래서... 더 힘들더라. 차라리 욕하고 때리고, 했으면 견디기라도 더 쉬웠을 텐데."

울고 싶으면 울었으면 좋겠다. 동우의 목소리에 눈물이 가득 담겨 있는데, 눈은 말라 있다. 진영이 대신 울어주고 싶다.

"내 진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몰라. 그냥, 어머니는 임신을 하자, 기회를 잡은 거지. 술집에 오던 여러 손님들 중에 제일 부자인 손님 애라고 해서, 아버지 발목을 잡을 기회를. 아버지야 뭐, 당신 아들이라고 하니까 그러려니 했을 테고. 그냥, 어디 집 하나 얻어주고, 돈만 좀 더 얹어주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암 판정을 받자 상황이 바뀐 거야. 정실부인도, 아버지의 다른 여자들도, 다 아이를 못 가졌으니까. 그게 무슨 뜻이겠어? 아버지도 아셨을 거야.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걸. 하지만, 어머니가 내가 아버지 아들이라고, 조작된 DNA 검사까지 들이미니까, 그냥 호적에 올려주신 거지. 어차피 애를 못 낳는데, 차라리 나라도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면서. 불쌍한 사람이야, 우리 아버지."

이런 얘기를 저렇게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동우가 더 가엽고 안쓰럽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그 여자처럼, 저런 말을 감정 없이 하는 게 너무 슬프다. 그래서, 더 가까이 끌어당겨 안아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러시더라. 아버지는 날 아들로 생각한다고, 처음부터 그랬다고. 그러니까, 네 자신에게 벌을 이제 그만 주라고. 난 아버지를 그렇게 원망했었는데. 첩의 자식이라고 놀림받고, 손가락질 당한 원망을 다 아버지한테 풀었는데... 그럴 자격도 없는 내가."

동우가 다시 침묵한다. 진영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잠시 그렇게, 진영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있다. 결국, 진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서... 그 여자가 임신했다고 했을 때... 결혼하겠다고..."
"업보... 라고 생각했어. 우리 어머니가 한 짓에 대한 벌을 내가 받는 거라고. 그래도... 내 아이처럼 예뻐하며 사랑해줄 생각이었는데... 우리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늘 커 보였던 동우가 오늘따라 너무 작아보여서, 그래서 더욱 꼭 안아주었다. 왜 처음 봤을 때 동우가 위태로워 보였는지 알 것 같았다. 동우는, 이미 깨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조각들을 억지로 이어붙여 다시 온전히 만들어 놓았지만, 언제 다시 깨질지 모르는 유리병 같았다. 그리고, 스스로를 더욱 더 상처주고 괴롭혀서, 그 이음새를 점점 더 약하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진영과 진영의 어머니도 동우가 깨지는 데 한몫했다. 더 많은 금이 가고, 더 많은 상처를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동우가 말한 대로, 둘 다 자신의 어머니가 한 행동에 대한 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건, 진영은 이제 동우가 더 이상 깨지지 않게, 부드럽게 품어주고 싶다는 거다.

동우의 얼굴을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입술을 혀로 가르고 동우의 혀를 찾았다. 그의 위에 올라타, 그를 다시 받아들였다. 그를 어떻게든 위로해주고 싶은데, 말주변이 없는 진영이라, 이렇게라도 그를 보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를 다시 꽉 끌어안았다. 동우가 몸을 일으켜, 마주 안으며 더 깊이 들어왔다. 동우가, 둘이 다시 만났던 그 첫날처럼, 진영의 하얀 목을 물었다. 그게 너무 아픈데도, 기분이 좋았다. 그때와 너무나 달라진 지금의 둘의 모습에, 기뻤다. 그렇게, 둘은 다시 절정을 맞이했다.








다음 날, 동우는 다시 예전처럼 출근했다. 아버지가 평생 만들고 키워온 회사를 동우가 꼭 맡아, 더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했다. 평생 아버지 속만 썩였는데, 그 마지막 약속은 꼭 지키고 싶다고, 방황을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진영 역시 평소처럼 출근했다. 지방발령은 없던 일이 되었다. 회사 안에서 둘은 늘 사무적으로 서로를 대했다. 하지만 곧 회사에 새로운 소문이 돌았다. 둘이 같이 출퇴근 한다고, 이미 같이 사는 사이라고. 틀린 소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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