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꽃이 가득 핀 나무 밑 벤치에 앉아 진영은 동우를 기다린다. 어제도, 그제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로 진영을 내버려 둘 동우가 아니라서, 아무리 화가 나서 떠났어도 다시 돌아올 동우라서, 그래서 매일, 이곳 벤치에 앉아 기다린다.

매일매일, 밤에는 동우의 꿈을 꾼다. 행복한 꿈이다. 꿈 속에서는 같이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벚꽃 구경도 간다. 하지만, 동우와의 마지막 싸움도 가끔 꿈에 나온다.

"그 여자 누구야?"
"도대체 무슨 여자? 너는 왜 매일, 매번 의심을 하는 건데? 이제 지친다."
"그런 말로 피하지 마. 그 여자 누구냐니까?"

그 다음엔 동우가 화가 나서 집을 나서려 현관문으로 향한다. 그리고, 진영은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다. 저 꿈은, 제발, 다시는 꾸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꿈에 나오는 동우를 볼 수 있어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그렇게, 밤에는 꿈에서 동우를 보고, 낮에는 동우를 기다린다.
















"저 환자 계속 저러고 앉아 있네."
"매일 누굴 기다리는 것 같은데."
"뭐, 떠난 애인을 기다린다지?"
"아휴, 불쌍하네."
"왜?"
"저 환자, 애인 죽이고 자기도 자살 기도 했다가 결국 여기 들어온 거잖아. 싸운 뒤 애인이 떠나려고 해서 칼로 찌르고 자기도 찌르고, 했다나? 그때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애인은 죽고, 저 환자도 죽다 살아났는데 그때 기억을 잃었고."
"아우, 소름끼쳐. 그냥 애인 죽었다고 얘기해 주지."
"몇 번 그래봤는데, 그 때마다 발작하고 아니면 죽을려고 손목 긋고, 다음 날 보면 또 저기 앉아서 기다려. 의사 선생님이, 그때 기억이 너무 힘들어서 일부러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는 거라고, 아무리 얘길 해줘도 어차피 다시 잊어버릴 거니까 그냥 두라고 하시더라고."
"저렇게 기다리며 사는 게 더 힘들 것 같은데."
"그래도 돌아올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으니까."









진영은 벤치에 떨어지는 하얀 꽃을 손바닥에 올려 놓고 바라본다. 동우와 이 꽃을 같이 보고 싶다. 빨리, 꽃이 지기 전에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진영은 동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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