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하다. 좀 아픈 것도 같다. 뭐지? 요즘 매일 가위에 눌리는 느낌이다. 그래도 매번 무시하고 잤는데, 오늘은 도저히 무시가 안 된다. 억지로 눈을 떠 가슴 위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웬 남자가 내 위에 누워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귀... 귀신이야!"

내 위에 누워서 나를 내려다보던 남자가 짜증 난다는 듯 말한다.

"귀신 아니라 인큐버스거든?"
"뭐?"
"인.큐.버.스."

또박또박 말을 하면서 내 위에 누웠던 포즈 그대로 공중에 몇 센티미터쯤 위로 떠올라 둥둥 떠 있다. 이 상황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기절 안 하고 버틸 사람 있으면 나와봐라. 그래. 난 기절했다.







"야, 야, 일어나 봐."

뭔가 얼굴을 때리는 느낌에 정신이 들었다. 여전히 가슴이 답답하다. 아까 그 남자가 내 위에 아주 편안히 누워 내 얼굴을 찰싹, 찰싹 때리고 있다. 제발 꿈이길 빌었는데, 꿈이 아닌가 보다.

"너... 너 뭐야?"
"몇 번을 말해. 인큐버스라니까."
"그게 도대체 뭐냐고!"
"뭐야, 몰라? 아, 자존심 상해."

남자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턱을 괸다. 여전히 내 위에 누워서.

"우선, 제발 비켜줄래?"
"왜, 여기가 편한데."
"에이씨, 좀 일어나자!"

결국 남자는 투덜거리며 일어나 내 옆에 앉았다. 나도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너, 어떻게 들어왔어?"
"응? 어딜?"
"내 집에 어떻게 들어왔냐고! 너 도둑이야?"
"아씨, 인큐버스라고! 자꾸 말하게 할래?"
"도대체 그게 뭐냐고!"
"모르겠으면 검색해 봐, 이 멍청아."

한밤중에, 자다 깨서, 내 방에서 발견한 외간 남자한테, 그것도 사람을 놀래켜서 기절까지 시킨 놈한테, 멍청이란 소리를 들었다. 짜증난다. 침대 옆의 스탠드를 켜고 핸드폰을 가져다 검색 창을 띄웠다.

"인... 뭐라고?"
"인큐버스. 돌대가리도 아니고..."
"다 들린다."
"들으라고 한 말이거든."

인큐버스를 검색해 봤다. 처음 뜨는 창을 열어 읽었다.

"뭐... 몽마?"
"응."
"그럼 지금 이거 꿈이야?"
"아니."
"몽마라며."
"아이씨, 네가 무슨 잠을 겨울잠 자는 곰처럼 자서 꿈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가 있어야지."
"무슨 말이야?"
"무슨 말만 하면 이해를 못 해. 돌대가리."

아우, 자다가 깨서 내가 왜 이런 봉변을 당해야 하지? 다시 핸드폰 스크린을 쳐다보지만, 잠결에 읽는 단어들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결국, 검색 결과 읽는 걸 포기한다.

"그래서, 지금 여기 왜 온 거냐고."
"뻔하잖아."
"하나도 안 뻔하니까 묻는 거잖아."
"방금 읽었잖아."
"그냥 좀 쉽게 설명해 주면 안 돼? 읽기 귀찮아."
"에이씨. 곰탱이."

남자가, 아니, 이 몽마가 내 무릎 위에 올라타 날 마주보고 앉는다. 너무 가깝다.

"그러니까..."
"아, 그냥 옆에 앉으라고."
"침대보다 네가 폭신해서 좋아."
"별..."

결국 강제로 안아서 옆으로 내려놓았다. 녀석은 다시 뭐라 궁시렁거린다.

"설명하던가, 아님 꺼지던가. 나 좀 자게."
"우이씨."

결국 녀석이 입을 연다.

"원래, 네 꿈에 들어가서 야한 꿈 꾸게 하고, 그걸 내가 먹어서 네 기를 빨아먹는 거거든."

뭐 이런 소름끼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그런데 꿈 속에 못 들어가니까, 실제로라도 너랑 해서 기를 빨아가려고. 그런데 며칠을 깨워도 일어나지를 않길래, 오늘은 네 가슴을 팔꿈치로 몇 번 찍었더니 드디어 일어나더라. 그러니까, 빨리 하자."
"뭘?"
"섹스."

아... 제발 누가 나 좀 깨워줬으면 좋겠다, 이 말도 안 되는 거지 같은 꿈에서.

"너가 인... 뭐시기든 아니든."
"인큐버스, 이 등신아."
"그래, 네가 그 몽마라고 치자. 번지수 잘못 찾은 거 아냐?"
"뭐?"
"섹스를 하고 싶으면 여자를 가서 꼬셔야지, 왜 나한테 왔어?"
"와, 완전 차별적인 발언. 인큐버스는 게이면 안 돼?"
"뭐?"
"인큐버스는 무조건 여자랑만 해야 되는 거냐고. 내가 남자랑 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

뭐라고 쏘아주려고 하는데, 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도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다 있는데, 몽마라고 여자만 좋아하란 법은 없으니까. 그래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탄다.

"하지만 난 게이가 아냐."
"상관 없어."
"뭐?"
"원래 우린 남자든, 여자든 무조건 유혹해서 잘 수 있어."
"하지만 내가 너랑 하기 싫다고."
"뭐? 왜? 내가 이렇게 예쁘고 잘생기고 섹시한데?"

정말 황당하다는 듯이 다시 내 무릎 위로 기어올라와 내 목에 팔을 두른다. 그리고, 혀로 자기 입술을 핥는다. 저런 행동이 저렇게 섹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전혀 그런 마음이 안 생겨."
"뭐? 내가 방금 한 거 보고도?"

다시 한 번 입술을 핥는다.

"그냥 메롱 하는 거 같은데?"
"에이씨, 네가 눈이 삔 거야. 내가 얼마나 섹시한데."
"하나도 안 섹시하고 하나도 하고 싶지가 않아. 그러니까 다른 사람 찾아가, 나 좀 자게 내버려두고."

다시 녀석을 안아 옆으로 옮겨 놓고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다시 가슴이 무겁다.

"아이씨, 좀 가라고."
"이래도 안 섹시해?"

이번엔 내 위에 누워 나를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느리게, 살짝 벌린다. 제 딴에는 섹시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전혀 안 섹시하다.

"눈꼽만큼도 안 섹시해. 그러니까 가."

다시 눈을 감고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귀를 꽉 문다.

"으악, 뭐야?"
"자존심 상해. 무조건 너 유혹할 거야, 내가."
"잘 해봐라."

이불을 갑자기 잡아당겨 녀석을 옆으로 떨구고, 다시 잠을 청했다.








차라리 내가 잠을 덜 깊게 자서 저 녀석이 내 꿈 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밤마다 나타나서 유혹할 거라며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줄은 몰랐다. 이거야말로 악몽이다.

자려고 눕기만 하면 바로 가슴이 답답하다. 눈을 뜨고 보면 녀석이 내 위에 누워 날 내려다보고 있다. 쫓아낼 수가 없다. 문이랑 창문을 다 잠가도, 어차피 그런 건 그냥 통과해 들어온다. 오지 말라고 화내고, 애원하고, 부탁하고, 다 해 봤는데, 내가 자기 자존심을 뭉개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단다. 그렇다고, 몽마든 아니든, 꼴리지도 않는데 얘 하나 내쫓겠다고 남자랑 자야 되겠냐고, 내가. 매일 그냥 해버리고 쫓아내? 생각하지만, 진짜 이 녀석은 뭘 해도 하나도 섹시하지 않단 말이다. 하고 싶어도 그런 마음이 들어야 하지.

하루는 내 앞에서 스트립쇼를 하는데, 섹시하기는 커녕 삐거덕거리는 몸이 웃겨서 내가 대놓고 비웃었더니 풀이 죽어 돌아갔다. 다시는 안 나타나겠지, 싶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좀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유혹하는 게 직업이자, 밥줄이자, 존재의 이유 그 자체면서, 죽어도 유혹을 못 하는 인큐버스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사람 기를 빨아먹고 산다는데, 그러다 굶어죽겠다.

딴 건 몰라도 끈질긴 녀석인 건지, 그래도 다음 날 밤 또 나타났다. 이번엔 어디서 어울리지도 않는 여자 드레스를 입고 왔다. 내가 여자랑만 된다니까 그런 거 같은데, 전혀 안 섹시하고 이상하기만 하다. 이상하다고, 꺼지라고 했더니 또 풀이 죽은 모습으로 사라졌다. 다음 날도 또, 뭔가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할 것 같아서, 나도 제발 잠 좀 제대로 자고, 이 녀석도 제대로 자기 할 일을 할 수 있게, 차라리 내가 도와주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이제는 익숙해진 가슴이 답답한 느낌에 눈을 뜨고 녀석을 쳐다보았다. 처음의 그 자신감은 다 어디갔는지, 표정이 많이 어두워졌다. 반짝거리던 눈도 빛을 잃었다. 혹시, 사람 기를 충분히 못 먹어서 그러나? 그러고 보니 마른 것도 같다. 내가 이런 몽마 살 빠진 걱정까지 해줘야 된다니, 신동우 인생도 참...

"야, 너 일어나 봐."

아예 요즘은 상대도 안 해주고 녀석이 뭘 하든 어이없다는 표정 아니면 비웃는 표정으로 꺼지라고 했던 내가 말을 거니 녀석이 생기가 돈다.

"어? 할 마음이 생겼어?"
"아니, 전혀. 그냥 좀 일어나 봐."

입을 삐쭉거리며 일어나 앉았다.

"내 무릎 위에 앉지 말고 옆으로 내려와."

이불을 당기며 말하자 다시 궁시렁거리며 옆으로 내려앉는다. 이불을 아예 치우고 침대 위에 녀석과 마주 보고 앉았다.

"넌, 뭐를 해도 안 섹시해."

뭐라 입을 열려는 녀석을 손을 들어 제지했다.

"하지만, 넌 생긴 건 나쁘지 않거든?"
"뭐?"
"네가 남자 치고는 얼굴도 하얗고, 눈도 좀 찢어지고, 몸도 좀 가늘고, 하니까, 남자 보고 꼴리는 놈들은 바로 넘어갈 거야. 하지만 난 여자를 좋아한단 말야."
"그래서 내가..."
"말 좀 끝내자."

다시 입을 다문다.

"그러니까, 나같은 사람한테는 그렇게 이상한 거 하지 말고, 유혹을 대놓고 하지 말고, 은근히 하란 말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여자처럼..."
"그래서 내가 어제 여자 옷도..."
"아니, 여자처럼 입으라는 게 아니라. 좀 수줍게, 좀 부끄럼 타면서, 뭐, 그런 거 있잖아."
"내가 여자가 아닌데 어떻게 알아?"

남은 도와주려고 노력하는데 화를 낸다. 나도 이제 슬슬 짜증이 난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려 노력한다.

"옷도 말야, 그... 야, 너 오늘 뭐 입고 온 거냐?"
"왜, 남자들이 이런 거 좋아하잖아."
"그런 페티시 있는 사람이나 좋아하겠지. 네가 중국 여자도 아니고, 웬 치파오야?"
"어제 본 야동에서 여자가 이런 거 입으니까 완전 좋아하던데..."
"너 야동도 보냐?"
"공부해야 하니까."

자꾸 딴길로 새는 것 같아 정신을 다잡는다.

"이런 옷 보다는... 그게..."
"넌 뭘 좋아하는데?"
"뭐?"
"넌 어떤 게 섹시하게 느껴지냐고."
"나야 뭐... 아, 잠깐만."

옷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셔츠를 꺼내왔다.

"여자가 아무것도 안 입은 채로 내 셔츠만 걸치고 있으면, 그게 참 섹시하더라."
"그래? 알았어."

녀석은 별 말 없이 일어난다. 며칠 전, 스트립쇼랍시고 어설프게 옷을 다 벗어던진 녀석 덕분에 벗은 몸을 봤는데도 지금은 왠지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눈을 돌렸다.

"다 됐어."

녀석은 셔츠를 단정히 입고 있다.

"그게 아니라... 좀 은근히 살을 보이라고."
"뭐?"
"아, 이리와 봐."

녀석이 다시 침대로 올라와 앉았다. 셔츠 단추를 몇 개 풀고, 조금 긴 소매를 접어 올렸다. 셔츠가 좀 많이 헐렁한 게, 남자치고는 말랐다. 아, 남자가 아니라 몽마지...

내 셔츠만 하나 걸치고 있는 녀석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아, 이거 시간을 오래 끌수록 안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서둘러 녀석을 밀어 침대에 눕혔다. 녀석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래, 이 상태에서, 너 그냥 그렇게 누워서, 눈을 좀 살짝만 떠 봐."
"뭐, 이렇게?"

되도 않는 섹시한 표정을 지으려 한다.

"아니, 제발. 얼굴 그대로 두고, 그냥 보통 상태에서, 눈만 좀 내리깔아 봐."
"이렇게?"
"몸은 좀 나른하게 풀고."
"뭐?"
"지금처럼 딱딱하게 있지 말고, 몸에 힘을 좀 풀고, 아니, 그렇게 비비 꼬지 말고, 그냥 좀 편한 자세로, 아이씨, 그렇게 섹시한 척 하려고 하지 말고 좀 가만히 있으라고!"

결국 참다 못한 내가 팔 다리를 일일이 자리 잡아주며 자세를 고쳐준다.

"자, 지금 포즈 그대로, 눈을 좀 내리깔아 봐."

내가 만들어준 포즈로, 내가 주문한 표정을 짓는다. 오? 느낌 있다.

"그래, 지금 훨씬 나아."
"그럼 여기서 이렇게..."
"아 제발 그 혀로 입술 핥는 거 하지 마! 도대체 어디거 그딴 건 배워와서..."
"쳇."

또 궁시렁거린다.

"그냥, 그 포즈랑 표정 유지한 채로, 이제 날 봐봐. 그리고, 내가 쳐다보고 있을 때, 아까처럼 눈을 살짝 내리깔아 봐."

녀석이 내가 시키는 대로, 그 포즈 그대로 약간 새초롬하게 날 올려본다. 어? 이거 좀 위험하다. 셔츠 깃 사이로 보이는 하얀 목이, 위로 뻗은 팔의 각도가, 소매 끝에 나오는 가는 손목이, 다 내 취향이다.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걸 다 시키고 있었나 보다. 이런 모습을 보니 좀...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기도...

"어때? 이러면 돼?"

내가 가르쳐준 대로 이번엔 눈꺼풀을 살짝 내린다. 녀석의 속눈썹이 그늘 져, 좀 더 섹시해 보인다. 이거, 진짜 좀 위험하다.

"응. 그러면 돼. 이제 어떻게 하는지 알았으면, 가서 다른 사람 꼬셔 봐."

밑에 떨겼던 이불을 가져다 덮고 다시 누웠다. 녀석이 옆에서 일어나는 게 느껴진다.

"뭐야, 너?"

녀석이 황당하다는 듯 내 이불을 뺏어간다.

"아이씨, 이불 내놔."
"네가 시킨 대로 다 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또 가래?"

녀석이 좀 울먹이는 것 같아 결국 일어나 앉았다. 눈가가 좀 촉촉하다. 몽마면... 어찌됐던 악마의 한 종류 아냐? 무슨 몽마가 이렇게 마음이 약해?

그런데... 저렇게 내 셔츠를 걸치고, 저렇게 앉아서 소매 끝으로 눈가를 훔치는데, 이거 미치겠다. 아... 저런 걸 시키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빨리 달래서 보내야겠다.

"야, 울지마."

어색한 손을 들어 등을 툭툭 두드렸다. 녀석이 갑자기 내 무릎 위로 올라와 내 목에 팔을 감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아, 그렇게 가까이 앉으면...

녀석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눈물은 온데간데 없고 약간은 사악한 웃음을 짓는다.

"너, 섰다?"
"아이씨, 너 뭐냐? 운 척 한 거냐?"
"네가 지금 시킨 포즈하며, 이 옷 입은 모습하며, 우는 척 하면 바로 넘어올 거 같아서. 어때, 내 말이 맞지?"
"비켜, 내려가."
"싫어. 너 지금 하고 싶잖아."
"아, 비키라고."
"싫다니까."
"너랑 자기 싫다고!"

결국 녀석을 밀쳐냈다. 녀석이 비련의 여주인공 포즈로 밀려났다.

"그 따위 포즈 하지 마라."
"쳇."

다시 제대로 앉는다.

"너 지금 섰잖아. 나랑 하고 싶잖아. 왜 안 그런 척 해?"
"하기 싫다고."
"완전 딱딱해져 놓고..."
"아이씨, 그딴 소리 할래?"
"하고 싶으면서..."
"하..."

열이 나는 것 같아서 이마를 짚었다. 요즘 회사 일도 바쁘고, 밤에는 이 녀석 상대하느라 잠도 모자란데, 이제 두통까지 온다.

"왜 나랑 하기 싫은 건데... 너 나랑 하고 싶잖아. 아니야?"

녀석이 다시 무릎 위로 올라와 목에 팔을 감는다. 아, 저 하얀 목덜미가 바로 눈앞에 있다.

"하자, 응?"
"안 돼."
"왜? 아, 내가 기 빨아가는 것 때문에 그래? 조금만 가져갈게. 진짜. 아주 조금만. 딱, 세 입 정도만."
"그게 아니라..."
"아님 뭐?"

한쪽 팔은 내 목에 감고 다른 손은 내 머리카락 속에 넣어 부드러운 손길로 헤집는다. 아, 진짜 사람 돌아버리겠네. 당장이라도 덮쳐버리고 싶다. 그래도, 참아야 돼.

"뭔데 그래, 응?"

이제 그 와중에 귓볼을 살짝 깨문다. 아... 내가 호랑이새끼를 키웠구나.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다.

"말해줘야 알지. 말해줘, 응?"
"넌... 몽마잖아."

힘겹게 정신을 차리고 말을 한다. 코앞에 있는 녀석의 얼굴에서 입술밖에 안 보인다. 제발 그 혀로 입술 핥는 거라도 해서 나 정신 좀 차리게 해 줬으면 좋겠다.

"뭘 새삼스럽게... 처음부터 알았으면서?"
"넌... 나랑 자면 갈 거잖아."
"뭐?"
"그게 네 목적이잖아. 나랑 자고 다른 사람한테 갈 거잖아."

녀석이 날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도 마주 쳐다본다.

사실, 처음엔 갑자기 나타난 이 녀석이 짜증났다. 몽마 주제에 뭘 하려고 했다 하면 하나도 섹시하지 않고, 웃기기만 했다. 그런데... 계속 옆에서 그렇게 알짱거리는 게, 계속 뭘 해보려고 하는 게, 보면 볼수록 귀여워졌다. 이 녀석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당황스러웠다. 한편으로는 다시는 안 왔으면 좋겠고, 한편으로는 영원히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모순적인 마음이 생기니까, 더 혼란스럽고 힘들어졌다. 그래서, 아예 한 번 자버리고 어떻게든 이 녀석을 쫓아내버리는 게 차라리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 오늘 밤 같은 일을 저지른 거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이 녀석의 그런 모습을 보고, 막상 마음이 동하니 보내기 싫어진 거다. 이 녀석이 내 인생에서 없어져 줘야 내가 편할 것 같은데, 다시는 못 보게 되는 게 싫다. 다시 못 볼 거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이미 이 녀석에게 마음을, 그만큼 줘버린 거다.

"그러니까... 넌 내가 다른 사람한테 가는 게 싫다는 말이네."

녀석이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저 입술을 맛보고 싶다. 제대로 돌았다.

"그래."
"왜?"
"그거야..."
"너 나 좋아해?"

아, 얼굴 더 가까이 디밀지 말라고. 이성이 날아갈 거 같으니까.

"나 좋아하냐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남자 보고 꼴리겠냐?"

결국 짜증을 낸다. 녀석이 좀 더 다가와, 입술에 살짝 쪽, 한다.

"서울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는 줄 알아?"
"뭐?"

뜬금없는 질문에 이해가 안 돼 녀석의 얼굴을 쳐다본다.

"먹잇감은 얼마든지 있어. 누구 꿈에 못 들어가면, 그냥 포기하고 다른 사람 찾으면 돼. 이렇게, 꿈에 들어가려고 며칠을 애쓰고, 결국 안 되서 깨우고, 유혹하려 하고,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 네가 싫다고, 하나도 섹시하지 않다고 구박해도 매일매일 왔는데,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 보러 매일 그렇게 왔겠냐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어서 정신이 멍하다.

"그... 그러니까..."
"인큐버스라고 누구 좋아하는 감정이 안 생길 줄 알아? 그냥 이 사람 저 사람 꿈 속에서, 아니면 실제로 섹스해서 기만 빨아먹고 살 거라고 생각한 거야? 난 사람이 아니니까, 그냥 하급 몽마니까 그런 거 못 느낄 줄 알았어? 너 말고 다른 사람하고 하기 싫어서, 내가 너 기다리느라 지금 얼마나 굶었는데. 봐. 뼈밖에 안 남았잖아."

몽마한테 뼈가 있나? 생각하지만 소매를 걷어 보여주는 손목이 진짜 너무 가늘다. 그런데... 너무 섹시해 보인다. 아주 제대로 홀렸다.

"그럼... 오늘 나랑 자도 딴 사람한테 안 갈 거야? 계속 여기 있을 거야?"
"뭐... 너 하는 거 봐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정작 얼굴은 미소짓고 있다. 다가와 입술을 겹친다. 내 입술을 핥는다. 순간, 녀석이 하는 그 특유의, 입술을 핥으면서 섹시한 척 하는 전혀 섹시하지 않은 표정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렇게 내 입술을 핥으니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제, 아무래도 좋다. 이제... 더는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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