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했다.

"죄송합니다."
"이게 죄송하다고 될 일이야?"
"죄송..."
"킬러가, 타겟 이름을 실수해서, 사람을 잘못 죽여? 이게 죄송하다고 해서 끝날 일이냐고?"
"죄송합..."
"그만 닥쳐.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큰 웃음거리가 됐는지 알아? 네 실수를 만회하려면 우리가 얼마나 고생해야 되는지 아냐고!"
"면목 없습니다."

보스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동우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보스와 서 있는 동우, 둘을 감싸고 있는 공기가 차가워 시렵다.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하는 동우의 모습에 보스의 화난 얼굴이 조금은 풀어진다.

"단 한 번도 실수 안 했던 네가 어떻게 이런 큰 실수를 해."
"죄송합니다."
"타겟은?"
"오늘 처리합니다."
"그리고... 그건?"
"사고사로 처리됐습니다."

별다른 감정 없이 대답하는 동우를 다시 올려다본다. 직접 훈련시켰고, 제일 예뻐하는 동우다. 그래서 더, 이번 실수가 화가 나는 거다.

"이런 실수를 할 거였으면, 딴 때처럼 조용히 처리하지, 왜 또 일을 그렇게 키웠어?"
"죄송합니다."
"교통사고 꾸미는 게 보통 일인 줄 알아? 네가 그렇게 일을 크게 벌여서 다른 애들이 네 실수를 알아버린 거야. 걔들이 널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혈안인데, 이런 빌미를 주면 어떡하냐고."
"제가 미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죄송하다는 소리!"

보스는 한숨을 내쉰다. 어느 누구에게도 고개 숙인 적 없던 동우가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니 뭐라 더 할 말이 없다.

"앞으로 일 년 동안, 네 커미션은 반으로 깎는다."
"네."
"앞으로 일 년 동안, 다른 애들이 거절하는 의뢰는 다 네가 맡아야 한다."
"네."
"네가 그 실수로 낭비한 패밀리의 시간, 돈, 자원 등은 네 사비로 충당한다."
"네."

그래도 가장 예뻐하는 동우라서, 이 정도로 넘어가 준다. 다른 애들 중 하나였으면, 벌써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했을 것이다. 패밀리의 평판을 떨어트린 죄로.

"가봐라."
"감사합니다."

보스의 사무실에서 나와, 문이 등 뒤에 닫힐 때까지, 동우는 고개를 들지 못 한다.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동우는 집으로 돌아온다. 도우미 아줌마가 맞아준다.

"진영이는요?"
"아까 피곤하다고, 낮잠잔다고 했어."

침실에 들어선다. 진영이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다. 옆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는다. 진영이 눈을 뜬다.

"미안, 깨웠어?"
"아니, 아까 일어났어."

동우가 진영을 안아 일으킨다. 이마에 입맞춰준다.

"많이 피곤해?"
"아니. 너야말로 피곤할 거 아냐. 어제 집에도 못 들어왔는데."
"네 얼굴 보니까 하나도 안 피곤해."
"에이, 뭐야."

푸스스 웃는다. 그 웃는 얼굴이 예뻐 이번엔 입술에 입맞춘다.

"오늘 날씨도 좋은데 산책 갈까?"

산책이란 말에 얼굴이 밝아진다.

"응. 갈래."

동우가 일어나 진영을 안아올려 침대 옆에 놓인 휠체어에 앉힌다. 옷장에서 두꺼운 자켓을 꺼내 입혀준다. 담요로 무릎을 잘 덮어준다.

"이렇게 안 해도 이제 괜찮을 것 같은데... 봄이잖아."
"그래도,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동우가 휠체어를 밀고 침실 밖으로 나간다. 진영이 도우미 아줌마에게 자랑한다.

"우리 지금 산책 가요."
"아유, 진영이 좋겠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내내 진영은 기분이 좋은지 재잘거린다.

"아까 아줌마가 해주는 밥도 한 그릇 다 먹고, 오늘 재활치료도 잘 받았어."
"잘했어."
"너무 아파서 힘들었는데, 조금만 더 하면 걷는 연습 시작해도 된대."
"다행이네. 우리 진영이 너무 대견하다."
"빨리 다시 걸을 수 있었음 좋겠다. 너랑 같이 벚꽃 가득 핀 거리도 걷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싶고..."

진영의 말을 듣는 동우의 얼굴이 행복해 보인다. 아파트 단지 옆에 위치한 공원으로 향한다. 이른 오후라 사람들이 별로 없다. 천천히 휠체어를 밀며 봄을 만끽한다.

"다시 걷게 되면 예전처럼 같이 일본 여행도 가고, 미국도 가고, 했음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진짜 열심히 돈 벌어야겠네."
"아... 그건 싫어. 너네 회사 매일 야근에, 뭐에, 툭하면 집에도 안 보내주는데, 더 열심히 일하면 지금보다 더 못 볼 거 아냐. 그렇지 않아도..."

옆에 여자 둘이 지나간다. 동우는 갑자기 휠체어를 멈추고 진영 앞에 눈높이를 맞춰 몸을 숙인다. 양쪽 손으로 진영의 얼굴을 가득 담아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뭐하는 거야."
"지금은 내가 여기 있으니까, 나만 보라고."

동우가 미소지어주자 진영도 마주 웃어준다.

옆에 지나가는 여자들의 말소리가 작게 들린다.

"아까 뉴스 봤어?"
"뭐?"
"왜, 작년인가, 술 취해서 운전하던 사람 차가 인도를 덮쳤잖아. 사람 여럿 다치고. 그 중 하나는 다리병신이 됐는데도 그 놈이 어디 유명한 부잣집 아들이라 형도 안 받고 풀려나서 난리 났었잖아."
"아... 기억 나."
"그 사람, 어제 교통사고로 죽었대."
"교통사고? 웬일이래. 천벌 받았네."
"그러니까. 천벌 받은 거지."

두 여자가 지나간 뒤에야 동우는 진영의 얼굴에서 손을 뗀다.

"아까 한 말이 뭐야? 네가 귀 막고 있어서 하나도 안 들렸어."
"사랑한다고."
"에이, 그게 뭐야."

진영이 다시 푸스스 웃는다. 동우도 기쁜 웃음을 짓는다.

실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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