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너와 내가 마주보고 선다. 멀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너인 걸 확신한다. 너의 체취가 여기까지 흘러온다.

네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건 너의 탓이다. 넌,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넌 예고도 없이 내 앞에 나타났다. 네가 내민 손을 잡으려 발버둥쳤다. 하지만, 넌 그 손을 다시 거두웠다. 난 네가 그 지옥같이 답답한 곳에서 날 구해줄 거라 믿었는데, 넌 나를 버렸다. 네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며, 난 슬퍼 울었다. 하지만, 넌 돌아보지 않았다.

영원같은 시간이 흘렀다. 널 원망했고, 미워했고, 그리워했다. 그리고, 결국 내게는 다른 사람이 왔다. 내게 내민 손을 거두지 않았다. 나를 그 지옥에서 꺼내주었다. 더렵혀진 날 깨끗하게 만들었다. 내게 새 이름을, 새 삶을 주었다. 난, 그로 인해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난 널 잊었다. 잊고, 잊고, 또 잊었다.

그래. 이렇게 우린 스쳐 지나간다. 너에게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을지라도, 내게 넌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날 보지 않고 지나가는 널 보며, 네게 마지막 안녕을 고한다. 이제, 널 잊었다.















"어? 홍빈아, 방금 지나간 강아지가 너 쳐다본 거 같았는데."
"뭐?"
"왜, 방금 지나간 사람이 안고 가던 강아지가 널 뚫어져라 봤다니까."
"무슨 헛소리야? 말이 되는 소릴 해."
"아닌가?"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저기 사거리에서 웬 아저씨가 강아지 팔던데. 상자 안에 강아지가 잔뜩 있어서, 구경 갔는데 귀여운 녀석이 하나 있더라고. 살까, 했는데 그냥 똥개였어. 그래서 안 샀어."
"야, 똥개가 얼마나 귀여운데."
"뭐, 그 녀석도 귀여우니까 다른 사람이 사 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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