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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진영] Twisted

#신영 #신우 #진영

"좋아해..."

용기를 내 말을 꺼내는 널 바라본다. 넌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힘겹게 한 단어, 한 단어를 뱉는다.

"어쩔... 수가 없어. 이제... 난..."
"역겨워."

따귀라도 맞은 양 얼굴이 붉어진다.

"남자끼리 그러는 거, 역겹다고.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너를 등지고 돌아선다. 내 말이 가시가 되어 너를 할퀴어도, 너의 상처 하나 하나가 내 가슴을 갈가리 찢어도,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는다. 너를 사랑하니까, 절대로 너를 네 길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나를 증오하고, 미워하게 만들어서라도 널 옳은 길만 따라가게 할 것이다. 이렇게, 너를 사랑할 것이다.






"동우야..."

목소리가 떨린다. 언제부턴가 넌 내게 말을 거는 걸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행이고, 그래서 슬프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나에 대한 사랑을 네 마음에서 몰아내려면 아직 멀었다.

"동우야..."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 너에게 난 신우야. 알아들어?"
"동우..."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

내 큰 목소리에, 네 옆의 벽을 치는 내 주먹에, 놀란 네가 움츠러든다. 내가 널 때릴 수 있을까 봐? 이렇게 내 말 한 마디로도 상처가 나고 피를 흘리는 널? 세게 친 주먹이 욱신거리고 아프다. 그래서, 기쁘다. 손이 아픈 만큼, 가슴의 상처가 덜 아프게 느껴질 테니까.

네 앞에서 '신우'란 이름의 가면을 쓴다. '신우'는 널 사랑하지 않는다. 그렇게, 널 사랑하는 날 숨긴다. 이건 잘못된 거니까. 너와 난 잘못된 거니까. 그러니, 이게 맞는 거다. 그러니, 날 내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줘. 가면이 벗겨지면, 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정말 나 여기 와도 돼?"
"뭐 어때?"
"와, 나 아이돌 숙소 와보는 거 처음이야."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네가 들어오다 멈칫한다. 보란 듯이 네 앞에서 다른 여자의 허리를 감싼다.

"야, 누가 보잖아..."
"그래서?"

넌 아무 말 없이 네 방으로 들어간다. 갑자기 옆에 있는 이 하찮은 존재가 귀찮다.

"좀 떨어져 봐, 더워."
"갑자기 왜 그래?"

불평하는 여자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네가 잠시 보여준 표정을 곱씹는다. 아직도 상처받을 게 남은 건가? 아직도 그런 상처받은 표정을 지을 만큼 날 사랑하는 거야? 도대체 얼마나 더 네 마음을 짓밟고, 네 사랑에 침을 뱉어야 넌 날 포기하게 되는 거지? 너와 내가 얼마나 더 피투성이가 돼야 이게 끝날 수 있는 건데?







"오빠,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신우'라는 가면을 쓰고, 앞에 앉은 팬에게 웃어준다. 네게는 할 수 없는 말을, 죽어도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말을, 이렇게 쉽게 내뱉는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렇게 하기 쉬운 말인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는 말인데. 너에게는 진심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네 시선이 스쳐지나간다. 언제부터인가, 네가 날 보지 않는다. 그래서 다행이고, 그래서 아프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네가 날 사랑하지 않게 되면, 난 너에게 더 이상 상처주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 혼자, 내 마음속에서, 너만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 그 날이 오는 게 기쁘고, 슬프다. 네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게, 다행이고, 비참하다. 모든 게 뒤틀려져 있다.








며칠째 앓은 것 같다. 너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기뻤는데, 기뻐해야 하는 게 맞는데, 죽을 듯이 아프다. 내가 간절히 바라왔던 일인데, 머리와 가슴은 별개라, 머리로는 기쁜데 가슴은 피눈물을 흘린다. 그래도 마음 한켠은 안도한다. 이제, 더 이상 너에게 상처주지 않아도 되니까.

시원한 손이 뜨거운 이마에 닿는다. 잘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린다. 흐릿한 시야로 네가 보인다. 이건, 꿈이다.

"동우야."

네 손도, 네 얼굴도, 네 목소리도, 다 꿈이다. 꿈이니까, 널 밀어내지 않아도 된다.

"이제 그만 해. 이만큼 했으면 됐어."

네 목소리가, 손길이, 다정하다. 역시, 꿈이어서 그렇다.

"네가 날 아무리 밀어내도, 네가 왜 그러는지 아니까, 난 널 미워할 수 없어. 네가 아무리 날 상처주려 해도, 난 상처받지 않아. 네 진심을 아니까. 네가 날 사랑해서 그러는 걸 아니까. 그러니까, 동우야, 우리 이제 그만 하자. 우린 할 만큼 했고, 아플 만큼 아팠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자. 우리, 그냥 사랑하자, 동우야."

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를 감싸고 있던 가시돋힌 덩굴이 하나, 둘, 잘라져 나간다. 내 얼굴을 숨겨주던 가면이 떨어져 나간다. 네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난, 너무나 비틀릴 대로 비틀린 모습이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라고 자라, 칼로 난도질해도 잘리질 않고, 도끼로 수차례 밑동을 잘라도 죽지 않은 채, 자라고 또 자라, 이런 흉측한 모습으로 커 버렸다. 이렇게 비틀려버린 내가, 넌, 그래도, 괜찮다는 거냐?

얼굴을 만지던 손길이 멀어진다. 꿈에서 깨나 보다. 역시, 꿈인가 보다. 일어나 앉아,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꿈에서라도 더 같이 있어주지, 쓸데없는 원망을 한다. 흐르는 눈물을, 부드러운 손이 닦아준다. 따뜻한 팔이 안아준다. 이건, 꿈이 아니다.

"나 여기 있어. 나 아무데도 안 가."

난 할 만큼 했다. 널 옳은 길로 보내려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그러니, 어느 누구도, 우리를 비난할 수 없다. 네 말대로, 우린 아플 만큼 아팠으니까. 이미, 벌을 받을 만큼 받았으니까. 그러니, 이제 그만 해도 되겠지. 이제, 네가 내민 손을 잡아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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