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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빈/공찬] How to Train Your Dinosaur 1

#콩찬 #홍빈 #공찬 #Alternate Universe (AU)

1. Get a First Sighting of the Legendary Dinosaur: 전설의 동물, 공룡을 처음으로 목격한다

"쟤야, 쟤."
"아, 그..."

옆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에 잠시 멍 때리던 홍빈이 현실로 돌아온다. 드디어 고 3을 면했다고 기뻐한 게 무색할 만큼 대학생이 된 지 이제 겨우 셋째 주인데 벌써 과제가 쌓이고 있다. 컴퓨터에 대한 약간의 흥미 때문에 컴퓨터공학과에 들어온 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던 참이다. 과의 90%가 남자인 데다, 그나마 있는 여자애들도 딱히 홍빈의 취향은 아니다. 다행히, 유아교육과가 옆 건물에 있어서, 그래도 이래저래 예쁜 여자들을 오다가다 볼 수 있다. 그것 하나로 위안 삼고 있다.

밤새 과제를 하느라 잠도 못 잤는데, 정작 수업이 휴강이 되었다. 모든 게 짜증나고 귀찮아 컴공과 건물 앞 벤치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하던 홍빈이 옆에 앉은 친구들에게 짜증낸다.

"뭐야, 시끄럽게."
"야, 너도 얘기 들었을 거 아냐, 왜, 유아교육과 전설의 그..."
"아..."

올해 어찌된 영문인지 유아교육과에 남학생이 딱 한 명 들어왔다. 원래 성비율이 여자 쪽으로 기우는 과이지만, 그래도 해마다 남자가 몇 명씩은 있었다. 하지만 올해엔 공찬식 딱 한 명이 들어와, 졸지에 학교 안에서 전설이 되어버렸다. 물론 홍빈처럼 남자가 우글거리는 공대의 학생들에게, 찬식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사방이 여자로 둘러싸여 있다니. 전설의 그를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라, 홍빈은 누워 있던 벤치에서 일어나 앉는다. 옆 건물에서 나와 이쪽으로 걸어오는 여자들 무리 사이에 머리 하나가 튀어나와 있다. 찬식이다.

여학생 무리는 점심을 먹으러 학교 식당으로 가는 길인지 점심 메뉴 얘기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낀 찬식은 살짝 난처한 표정으로 억지웃음을 짓고 있다. 얼굴은 누가 봐도 잘생겼다. 약간 공룡상이라고 해야 하나? 한쪽만 쌍커풀이 있는 눈에, 오똑한 코에,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매력있다. 웃을 때 살짝 보이는 송곳니가 귀엽다.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정성들여 화장하고 하늘하늘한 예쁜 옷을 입은 여자들 사이에서 제일 눈에 띈다. 과히 전설의 동물이라 할 만하다.

잠이 모자라 모든 게 심드렁하던 홍빈의 눈이 반짝인다. 이 신비로운 동물에 관심이 간다. 홍빈은 이 전설의 동물을 한 번 길들여 보기로 마음먹었다.



2. Stalk the Dinosaur, and Lay a Trap: 은밀히 관찰한 후 덫을 놔라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청일점 치고 찬식은 의외로 자주 보이지 않는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동기들 중 유일한 남자라 모든 궂은일은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있거나 없거나 그 존재만으로 튀는 전설의 동물이라, 어떠한 과 행사에서도 빠질 수 없다. 그래서 다른 과인 홍빈은 그와 마주칠 일이 없다.

게다가 접점이 하나도 없다. 같이 듣는 교양 수업도 없다. 시간표도 안 맞는지, 학생 식당에서도 본 적이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얼굴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처음 찬식을 본 그 벤치에 앉아 옆 건물에서 그가 들어오거나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홍빈은 너무 바쁘다. 첫 학기부터 잡으려는 건지, 아니면 모든 교수님들이 단합이라도 했는지, 과제를 아무리 끝내도 줄어들기는 커녕 더 쌓여만 가고 있다. 이러다가는 얼굴만 몇 번 마주치고 이번 학기가 끝날 것 같다. 뭔가, 저 전설의 동물과 친해지려면, 덫을 놔야 한다.

기회는 생각보다 쉽게 찾아왔다. 어쩌다 보니 같이 다니게 된 친구가 과대표라, 홍빈은 이것저것 소식을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중간고사가 끝나고 유아교육과 1학년들이 MT를 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렇게 어중간한 때에 가는 MT라니,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홍빈은 과대표를 꼬드겨 컴공과도 같은 날, 같은 곳으로 MT를 가게 만들었다. 어차피, 남자들만 득시글거리는 과라, 잘하면 우연히 만난 척해 조인트 MT가 될 수 있지 않겠냐, 이때 아니면 어떻게 유아교육과 여자애들을 만나보겠냐, 몇 마디에 넘어온다. 결국, 덫은 놓아졌다.



3. Approach Him Slowly, So As Not to Frighten Him: 무서워하지 않게 천천히 다가가라

모든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같은 펜션에 방을 예약하고, 일부러 컴공과 건물 앞에 모여 출발했다. 옆 건물 앞에 모인 여학생들이 눈치챌 수 있도록. 얼핏 보니 숫자도 대충 맞는다. 이렇게 어중간한 때에 가는 MT라, 1학년들 중 반도 모이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어떠한 행사도 빠질 수 없는 찬식이 온 게 보인다. 이 쪽이 약 20몇 명, 저쪽도 그 정도 모인 것 같다. 중요한 건, 찬식이 왔다는 거다.

펜션에 도착해 우선 늦은 점심부터 해 먹기로 한다. 가져온 양념은 무시한 채, 일부러 유아교육과에 양념을 빌리러 사람을 보낸다. 그 쪽도 싫지 않은 눈치다. 자연스럽게 저녁에 같이 바베큐 해 먹자는 약속을 잡았다. 고기를 거절할 사람은 없다.

아직은 약간 쌀쌀한 날씨지만, 야외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는 게 꽤나 낭만적이다. 처음엔 쭈뼛거리며 섞이기 어색해하던 두 과 학생들이, 음식 준비를 하면서 친해진다. 남자들은 고기를 굽고, 여자들은 밥을 하고 찌개 등을 끓인다. 물론 술은 이미 마시기 시작한 지 오래다.

마치 마리오네트를 조종하듯 이 상황을 만들어낸 홍빈은 한쪽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자신을 흘깃거리는 여자들의 시선은 상관하지 않는다. 어차피, 꽤 오랫동안 겪은 일이다. 홍빈의 온 신경은 찬식에게 쏠려 있다. 예상한 대로 찬식은 혼자 있다. 여자를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인데, 찬식에게 다가갈 남학생은 없다. 그리고, 공대의 몇 명 안 되는 여학생들은, 펜션에 단체룸과 침실 하나만 있다는 말에 아예 이번 MT에 오지 않았다. 자연스레 찬식은 홀로 남겨졌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고 있다.

눈길을 보내며 이쪽으로 와달라 무언의 사인을 보내는 여자들을 무시한 채, 홍빈은 한쪽 구석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찬식 옆에 앉는다.

"너도 유아교육과야?"

맥주캔을 입에 댄 채 찬식이 눈길을 돌려 홍빈을 본다. 한 쪽만 쌍커풀 있는 짝짝이 눈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약간 신비롭다.

"응."

짧은 대답에 홍빈은 찬식 옆에 놓인 맥주캔 하나를 집어 딴다.

"남자가 유아교육과라니, 특이한데?"
"그렇게 특이한가?"
"흔한 건 아니지."
"하긴... 그래서 올해엔 나 혼자만 들어왔나 봐."

잠시 둘 다 말없이 맥주만 마신다.

"여자 많은 과라서 지원한 거 아냐?"
"아니거든!"

찔러본 말에 발끈한다. 약간 취기가 올라 얼굴이 발그레하다. 귀엽다.

"그럼 뭔데?"
"유치원 선생님 되려고 유아교육과 가는 거지, 누가 여자 많다고 가겠어?"
"유치원 선생님 되고 싶어?"
"보면 몰라?"
"애들 뒤치다꺼리 하는 거 귀찮잖아. 뭘 그런 걸..."
"애들이 얼마나 귀여운데. 애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귀엽거든?"

진심인 것 같다. 진짜 특이한 동물이다. 홍빈은 알았다며, 미안하다며 한 발 물러난다. 약간 기분 나쁜 듯해 보이던 찬식은 그래도 혼자 외로웠는지 홍빈에게 가라고 하지는 않는다. 결국 홍빈은 찬식이 다섯 살 어린 동생이 있다는 것과, 그 동생을 돌보다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 얘기, 그리고 새내기 배움터에서 동기들 중 자기 혼자 남자인 걸 알고 좌절했었다는 얘기 등을 들었다. 툭툭 내뱉는 말투가, 여느 남학생과 다르지 않다. 유아교육과라, 약간은 여성스러울지도 모른다는 편견이 날아갔다. 취기가 약간 올라 심한 낯가림도 잊은 채,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 또래 남자애가 반가운지 조금은 수다스러워진 찬식이 마냥 귀엽다. 진짜, 전설의 동물에 홀린 것 같다.



4. Feed Him Things He Loves and Become Friends: 좋아하는 것을 먹여 친구가 되라

드디어 밥이 다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오랜만에 남자들이 많아 궂은일 안 해도 되는 찬식을 위해 홍빈이 직접 가서 밥과 고기, 찌개 등을 담아 가져다 준다. 약간은 감동한 눈치다. 두 달 가까이 거의 머슴으로 지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챙겨주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게다가, 같이 다니는 여자애들이 대부분 다이어트 중이라 이렇게 원없이 고기 먹는 건 오랜만이라며 거의 숨도 쉬지 않고 고기를 흡입하고 있다. 그 모습이 왠지 안쓰러워 고기를 몇 번 더 담아다 준다. 왜 그리 많이 가져가냐는 친구의 항의는 사뿐히 무시한 채.

고기 접시가 비고, 덩달아 빈 맥주캔이 몇 개 더해지자 찬식은 기분이 많이 좋아보인다. 원래 애교가 많은 건지, 아까는 툭툭 내뱉던 말투가 약간 늘어지고 애교스럽게 변했다. 특히, 좋아하는 게임 얘기가 나오고, 홍빈의 티어를 들은 찬식은 홍빈의 팔에 매달린다.

"언제 나랑 한 번 게임 해줭~~ 나도 빨리 티어 올려야 된단 말양~~"

알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환하게 웃는다. 드러나는 공룡이빨이 진짜 너무 귀엽다. 이 전설의 동물의 초능력은 사람 홀리기가 맞는 것 같다.



5. Play Games with Him, to Let His Guard Down: 같이 게임을 해 경계심을 늦춰라

저녁식사가 끝나고, 정리정돈도 다 마친 후에, 약속이나 한 듯 컴공과 쪽 단체룸에 모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커플게임을 하자는 말이 나온다. 찬식은 다시 풀이 죽는다. 얼핏 봐도 남자가 더 많다. 남자와 커플 게임이라니... 완전 벌칙이다. 하지만 딱히 같은 과 여자애들하고 커플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애들의 본모습을 이미 너무나 잘 안다.

무슨 쌍팔년도 미팅하는 거냐, 라는 구박을 받으면서도 컴공과대표가 소지품으로 짝을 나누자, 한다. 물론 이것 역시 전설의 동물과 더 친해지려는 홍빈의 계략이다. 유아교육과의 여학생들과 찬식, 그리고 가위바위보를 진 컴공과 학생 셋, 이렇게 소지품을 내놓는다.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한다. 홍빈은 세 번째다.

앞에 놓여진 소지품을 관찰한다. 여학생들 눈이 초롱초롱하다. 다 홍빈과 커플이 되고 싶은 거다. 하지만 홍빈은 저녁 내내 괜히 찬식과 시간을 보낸 게 아니다. 아까 분명히 찬식이 끼고 있었던 반지를 집어든다. 여학생들이 단체로 실망한다.

"이거 누구 거야?"란 질문에 찬식이 머뭇거리며 일어난다. 홍빈이 웃어주자 안심한 듯하다. 둘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떨어져 앉는다.

"여기까지 와서 남자랑 커플 되고, 너도 참 운 없다."
"뭐, 인생이 원래 그런 거지."

그 사이 취기가 날아갔는지 말투가 다시 정상이다. 아쉽다. 홍빈은 손에 쥐고 있던 반지를 돌려준다. 찬식이 받아 손가락에 끼는 걸 보는데, 왠지 기분이 묘하다. 괜히 헛기침을 한다.

"그래도 너랑 되서 다행이다. 처음 본 애랑 될까 봐 걱정했어."

웃는게 귀여워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드디어 커플이 다 이뤄지고, 한풀이라도 하고 싶은 듯, 커플게임이 점점 강도가 세진다. 홍빈과 찬식은 다른 남남커플들처럼 건성건성 하고 있다. 그러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자, 이제 빼빼로게임입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MC가 된 컴공과대표가 어디에서 공수해왔는지 빼빼로를 꺼낸다. 정말, 처음부터 노리고 온 걸 이렇게 티내도 되나, 싶다. 그래도 커플게임 하는 내내 계속 다 마신지라, 대부분 별다른 생각 없이 좋아한다.

다섯 커플씩 앞으로 나가 마주보고 선다. 입술이 닿으면 실격, 남은 과자가 너무 길어도 실격. 하지만 다들 약간 취한 탓에 제대로 된 계산을 하지 못한다.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를 사고가 연이어 일어난다.

드디어 남남커플들의 차례. 보는 사람들도, 하는 사람들도 경악하고 있다. 찬식 역시 홍빈에게 나오기 전 대충 하자고 했고, 홍빈 역시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 마주보고 서니까 아까 느꼈던 묘한 기분이 다시 느껴진다. 이게 뭐지? 싶다.

찬식이 입에 초코과자를 물었다. "시작!"소리와 함께 홍빈은 성큼성큼 다가갔다. 찬식이 채 피할 새도 없이 입술이 닿았다. 주변이 시끄럽다. 남자들은 경악을 하고, 여자들은 좋아한다. 찬식은 얼굴이 불타는 듯이 빨개졌다.

"미안, 취해서 거리가 가늠이 안돼서..."

하는 홍빈은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는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찬식은 약간 비틀거린다. 저녁 내내 마신 맥주에 드디어 취하는 것 같다. 홍빈이 단번에 잡아준다. 옆에서 뭐라고 하던 무시하며 찬식을 데려간다. 여자들만 있는 펜션 방에서 자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말로 쉽게 설득당한 찬식을 컴공과 쪽 침실에 뉘인다. 몇 초 되지 않아 찬식은 잠이 들었다. 전혀 취하지 않았던 홍빈은 그런 찬식을 내려보다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 준다. 아까 느꼈던 묘한 기분에, 이제는 심장 한켠이 간질간질 거린다. 전설의 동물이 이렇게 위험한 줄 몰랐다. 덫에 걸린 건, 찬식이 아니라 홍빈 자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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