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회사 나갈 거야."

나머지 네 명이 신우 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놀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당황스러웠다. 이제, 우리 팀은 어떻게 되는 걸까?








회사에 대한 불만은 계속 쌓이고 쌓여갔다. 처음에는 데뷔시켜준 게 고마웠고, 그 다음엔 형들이 하고 싶어하는 음악을 마음대로 하게 해줘서 고마웠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회사가 원하는 게 더 우선시되었다. 방송 출연보다는, 더 돈이 되는 행사가 먼저였고, 우리 앨범 발매보다는 후배 그룹 양성이 먼저였다. 우리가 좋아하는 무대에 서는 건데도, 우리를 좋아하는 팬들 앞에서 공연하는 건데도, 돈 버는 기계가 되어버린 것 같아 찜찜할 때가 많았다. 일 년에 두 번 이상 내던 앨범이 일 년에 하나로 줄었고, 기다리는 팬들 역시 점점 줄었다. 팬들의 항의에도 회사는 귀를 닫은 채, 순전히 마이웨이 할 때가 많았다. 우리도, 팬들도, 지쳐가기 시작했다.

점점 재계약이 다가오고, 우리 다 어렴풋이 회사를 옮길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이제 곧 있으면 더 나아질 거야, 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바로 형의 동생이 데뷔했다. 물론 축하할 일이었고 축하해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6년이나 연습 시켜 놓고 우리 재계약이 다가오는 지금에 데뷔를 시키는 게 좀 께림칙했다. 결국, 내 걱정은 현실이 되었고, 바로 형은 회사에 남고 싶다고 했다. 역시 바로 형에게는 우리보다는 진짜 가족이 먼저였다. 본인 때문에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는 게 싫다고 했다. 이제, 팀을 유지하려면 우리 다 회사에 남아야 한다.

그 때, 신우 형이 말했다. 형은 회사를 나갈 거라고. 그렇게, 우리 팀의 운명은 불투명해졌다.

아무도 신우 형에게 뭐라 할 생각이 없었다. 최근에 누구보다도 섭섭하고 서운했던 건 신우 형이었으니까. 형이 내고 싶어하던 힙합 장르의 솔로 앨범은 아무래도 대중성이 없을 거라는 이유로 기각되었고, 형이 하고 싶어하던 뮤지컬도 빡빡한 해외 스케줄로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서 형은 아무데라도, 형이 원하는 음악, 형이 원하는 일을 하게 해주는 데로 가고 싶다고 계속 얘기했었다. 다섯 명 중에 둘이 벌써 갈렸다. 우리 셋은 둘 다 설득할 수가 없었다. 바로 형의 결정도, 신우 형의 결정도,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했지만, 그래도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나머지 셋은 그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오랜만에 어떠한 스케줄도 없이 온전히 쉴 수 있는 날이 왔다. 그 동안 밀린 잠을 자고, 오후 늦게 일어나 늦은 식사를 하고 게임이나 해 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신우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똥개, 밥 먹었어?"
"방금요. 조금 전에 일어났어요."
"나도 진짜 오랜만에 늘어지게 잤다. 같이 밥 먹자고 그러려고 했는데, 벌써 먹었냐..."
"미안해요 형. 산들이 형한테 연락해 보세요."
"걔도 벌써 먹었대. 아무리 피곤해도 밥 시간 챙겨서 꼬박꼬박 일어나서 먹는 애잖아. 아침 점심 다 챙겨먹고 지금 또 잔다고 하더라. 하... 누가 같이 먹을 사람 없나?"

우리 팀에 다섯 명이 있지만 지금 약간 껄끄러워진 바로 형과 늘 어색한 진영이 형에게는 차마 연락할 수가 없나 보다. 결국, 나보고 같이 먹어달라는 소리다.

"아까 좀 부실하게 먹어서 뭔가 좀 허전했는데, 그럼 지금 뭐라도 먹으러 갈까요, 형?"
"그래, 내가 지금 바로 갈게."

안 먹겠다고 했으면 서운하다고 두고 두고 얘기들었을 뻔했다. 이럴 때 보면 신우 형도 참, 맏형이 아니라 막내 같다.

신우 형은 이사를 갔지만, 원래 나와 같은 동네에 살았어서 아직 이 동네가 더 편한 모양인지, 자주 이 쪽으로 오곤 했다. 오늘도 그래서 둘이 아는 맛집에 가서 배 터지게 밥을 먹고 결국 PC방에 갔다. 게임을 안 좋아하는 형이 그나마 꽤 하는 오버워치를 같이 한참을 하다가, 언제 밥을 먹었냐는 듯 다시 라면과 과자를 앞에 놓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스크린만 쳐다보며 게임에 집중하던 형이 툭, 말을 꺼냈다.

"너, 내 회사 들어올래?"
"네?"
"나 그냥 독립하려고. 너 내 회사 2호 연예인 할래?"

역시 게임에 집중하다가 잘 못 들은 나는 형의 말의 의미를 깨닫고 형을 쳐다보았다. 스크린에서 내 캐릭터가 죽는 소리가 들렸지만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형?"
"한동안 생각해오고 있었어. 우리 다섯 명 다 나가서 비슷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없으면 차라리 다른 선배님들처럼 우리끼리 회사 차리면 어떨까, 하고. 그래서 공부도 꽤 하고, 했는데... 뭐, 지금은 그건 안 될 것 같지만, 그래도 다른 소속사 가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게 나중에 회사랑 얘기해서 차바로랑 같이 앨범 내기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직접 내 자신을 관리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넌? 그냥 회사에 남고 싶어?"

게임에 집중할 수 없어서 그냥 방에서 나와 형의 말을 곱씹었다. 형이 하는 얘기가 그리 놀라운 말은 아니었다. 부모님께 모든 걸 맡긴 우리 나머지와는 다르게 형은 데뷔했을 때부터 돈 관리도 스스로 해왔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려서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슬쩍 웃음이 났다. 사실, 형들의 결정으로 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그냥 형들이 하자는 대로 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형들이 찢어졌다. 그래서 난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지, 아니면 내 갈 길을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계속 고민중이었다. 우리 팀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무서웠다. 그건 신우 형도 마찬가지였던 거다. 그래서, 어떻게든 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였다.

"1호 연예인은 누군데요?"
"나."
"하하, 그런 거에요?"
"응. 그리고 너 들어오면 다음엔 산들이 영입해야지. 그럼 걔가 3호야."
"진영이 형은요?"

신우 형이 멈칫한다. 내가 형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형도 결국 포기하고 게임 방에서 나와 날 마주 쳐다보았다.

"진영이는 회사에 남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게 아니면요? 형이랑 얘기는 해 봤어요?"
"뭐... 딱히..."

하...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도대체 이 형들은 왜 이리 내외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형한테도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진영이를 담기에는 내가 그릇이 너무 작은 거 같아. 그래서 진영이는 지금 회사에 남거나, 아니면 더 좋은 데로 갔으면 좋겠어. 걔는 능력 좋고 뭐든지 잘하고, 또 모든 걸 도전하고 싶어하니까, 걔가 하고 싶어하는 거 다 시켜줄 수 있는 그런 데. 솔직히 난 그렇게 서포트 해 줄 자신이 없어. 그러니 딴 데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굳이 내가 걔 발목 잡을 필요 없지."
"그게 말이 되요? 우리 팀 프로듀서이자 리더인데, 진영이 형이 다른 데 가게 되서 같이 활동 못하게 되면, 그러면 우리는 비원에이포가 아닌 거잖아요. 다섯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건데."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지."

하고 말하는 형의 표정도 착잡하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진영이 형과 제대로 대화라도 했으면 좋겠다. 왜 형들 사이가 이렇게 어색해졌는지, 혹시 둘 사이가 틀어지거나 싸운 건지, 잘 모르니까 뭐라고 섣불리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어떻게든 다섯 명이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라도 잡고 싶다.







형에게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형 역시 당장 대답을 원하는 건 아니라고,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일 테니 신중히 생각해보라고 얘기해 주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산들이 형에게 연락했다. 형 역시 같이 얘기할 사람이 필요했는지 당장 집에 놀러오라고 했다. 이런 얘기를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곳에서 하는 것도 껄끄러워서, 그리고 형이 새로 이사간 집도 구경할 겸, 해서 형의 집으로 갔다.

집 구경하고, 좋네, 잘 이사했네, 그런 얘기를 주고 받았지만 우리 둘 다 정신이 다른 데 팔려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거실에 앉아 얘기를 시작했다.

"형은 어떻게 하고 싶어요?"
"난 솔직히 잘 모르겠어. 회사에 남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나가기도 그렇고, 나간대도 어딜 가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신우 형이 자기 회사로 오라는 말 안 해요?"
"그거 농담 아냐?"
"형 완전 진심이던데?"

산들이 형이 놀라는 걸 보니 그냥 지나가는 말로 잠깐 얘기하고 말았나 보다.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데, 심각하게 말하기가 좀 그랬겠지. 그래서 나에게 어느 정도 형의 솔직한 마음을 말해준 게 고마웠다.

"진짜 형이 회사 만들겠대?"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거라고 하더라구요. 원래는 다섯 명 같이 못 옮기면 그렇게 우리끼리 회사 차려서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됐으니까... 그래도 어떻게든 최대한 팀을 유지하는 쪽으로 하고 싶다고... 나도 그렇고요."

뭔가 더 말하려고 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산들이 형이 일어나며 말했다.

"이 형 빨리도 온다."
"신우 형 와요?"
"아니, 진영이 형."

하긴, 두 명의 결정이 확정된 지금, 이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셋이 모여 상의하는 게 낫긴 하겠다.

오다가 길을 잃었다며, 그래서 늦었다고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변명을 한 진영이 형은 너무 피곤해 보였다. 사실, 우리 다 간만에 스케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 하나같이 푸석푸석한 모습이었다. 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었던 거다.

소파에 앉자마자 음료수를 가져와라, 과자를 대령해라, 손님 접대가 왜 이 모양이냐, 하고 산들이 형과 티격태격대던 진영이 형은 정작 나에겐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지냈어?"라며 다정하게 말해 산들이 형에게 동생들 차별한다고 또 한소리 들었다. 하지만 난 진영이 형에게 어디까지 얘기해야 할까, 신우 형 얘기를 꺼내야 하나, 생각하느라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런 나의 고민은 산들이 형에 의해 간단히 없어졌다.

"신우 형이 형한테도 자기 회사에 오란 얘기 했어요?"

아, 역시 가끔은 이렇게 질러주는 사람이 있는 게 편하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진영이 형은 놀란 눈치다. 당연하겠지, 신우 형이 진영이 형에게는 절대 말 안 했을 테니까.

"형한테 아무말도 안 해요? 신우 형이 찬이랑 나한테는 자기 회사로 오라고, 형이 그냥 독립해서 나가고 싶은데 같이 하지 않겠냐고, 그랬거든요. 나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찬이한테는 꽤 진지하게 얘기했나 봐요."

진영이 형의 시선이 내게로 옮겨졌다. 그 눈빛이, 형의 표정이, 무슨 의미를 담은 건지 잘 모르겠어서 난 망설였다. 결국, 진영이 형이 먼저 말했다.

"찬아, 무슨 얘긴지 말해봐."
"산들이 형이 말한 대로에요. 신우 형이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거라고, 원래는 우리 다섯이 다 같이 하면,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까 형이 그냥 독립해 나가고 싶다고, 그래야 지금 회사랑 얘기를 어떻게든 잘 해서 바로 형이랑 같이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하더라구요."
"나한텐 아무 얘기 없었는데..."

형의 표정이 심각하다. 뭐라 변명할까, 생각하는데 옆에서 산들이 형이 덧붙였다.

"신우 형이 지금 간보고 있는 거에요. 나랑 찬이가 한다고 그러면, 형한테도 같이 하자고 그러겠지. 그러면, 우리 넷이 같이 있으니까, 차 선우랑 회사가 달라도 어떻게든 같이 할 수 있게 되지 않겠어요?"
"너희한테 얘기하기 전에 나랑 먼저 상의해야 되는 거 아냐? 내가 이 팀 리더고, 우리 둘이 맏형인데."

형의 얼굴이 서운함을 넘어 거의 화난 것처럼 보여, 괜히 내가 더 미안해졌다.

"신우 형은 형이 회사에 남고 싶어할 거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얘기 안 했나보죠."
"그게 무슨 소리야. 계약 끝나면 다 같이 옮기자고 둘이 옛날부터 얘기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잖아요. 바로 형이 남겠다고 했으니까..."
"바로야 자기 동생 때문에 그러는 거고, 내가 남을 이유가 뭐가 있어? 너네가 다 나간다는데... 이런 얘기는 나한테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냐?"

형의 언성이 높아진다. 진영이 형이 화난 모습은 10년 동안 거의 못 봤기 때문에, 좀 많이 당황했다. 그래서 형의 기분을 어떻게든 풀어주려고 아무 말이나 하기 시작했다.

"신우 형이 형은 뭐든지 잘하니까 아무데나 갈 수 있을 거라고, 형 오라는 데 많을 거라고 하던데요. 형이 하고 싶어하는 거 많으니까 다 서포트 해 줄 수 있는 그런 데 갔으면 좋겠다고..."
"와, 웃기는 형이네. 뭐 나는 오라는 데 없을 줄 알고?"
"그 얘기가 아니잖아요, 형."
"그럼 뭐꼬?"

산들이 형이랑 투닥거리는데 진영이 형의 표정에 우리 둘 다 입을 다물었다. 얼굴은 굳었는데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다. 내 딴에는 위로차 꺼낸 말이었는데, 잘못 말한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국 나보고 다른 데 가란 소리네."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 나보고 회사에 남던지 딴 데 가던지, 하라는 거잖아. 날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잖아."

형의 표정도, 말의 어감도 이상했다.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몰라 가만히 있는데, 형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말도 없이 나가버렸다. 남겨진 산들이 형과 나는 서로 마주보았다.

"삐쳤나? 아님 화났나?"
"많이 서운하겠지. 나라도 그러겠네, 나만 쏙 빼놓고 그러면..."
"신우 형은 그래도 진영이 형 생각해서 한 말일 텐데..."
"그러고 보니 또 열받네. 왜 진영이 형은 딴 데 가라 그러고 나한테는 같이 하자고 그러고..."
"도대체 뭐 때문에 그게 열받는 건데요."
"몰라, 모르는데 그냥 열받아."

하... 한 사람은 오라고 안 해서 서운해하고, 한 사람은 오라고 해서 서운해하고, 내가 뭘 어찌해야 하는지... 결국 산들이 형을 한참을 달래준 후에야 집으로 향했다. 오히려 머릿속만 더 복잡해진 채.







집에 들어서는데 내가 한 말실수가 자꾸 걸린다. 마지막 말은 하는 게 아니었는데... 어쩌면 좋을까, 싶다가 신우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바빠요?"
"아니, 지금 막 운동 끝내고 샤워하고 나왔어."
"형, 미안해요. 내가 좀 실수한 거 같아요."
"왜, 무슨 일인데?"
"아, 아까 산들이 형 집에서..."

말을 꺼내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신우 형이 혼잣말로 "누구지?"하며 문을 열어주는 소리가 났다. 잠시의 정적 후, 핸드폰 너머로 진영이 형 목소리가 들렸다.

"이 나쁜 자식아."
"진영아..."

뭔가 툭, 하는 소리가 나는게 신우 형이 핸드폰을 떨긴 것 같다. 전화를 끊지 않은 채. 둘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끊어야 하는데, 엿들으면 안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궁금해 미치겠다. 형들이 단둘이 대화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으니까. 결국, 핸드폰 소리를 키웠다.

"이게 네 결론이야? 이번 기회에 날 완전히 끊어내는 게?"
"무슨..."
"그런 거잖아. 우리가 다 흩어져 버리면, 결국 우리 팀은 끝나는 거고, 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생각인 거잖아."
"진영아..."
"이 겁쟁이 자식아. 언제까지 도망만 갈 건데? 언제 나한테 돌아올 건데?"

작게 들리는 진영이 형 목소리가 떨린다. 소리지르는 것 같기도 하고, 흐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내가 절대 들어서는 안 되는 대화이다.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려는데, 신우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넌 가진 게 많잖아.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난 네가 그런 걸 다 해보고 살았으면 좋겠어. 네가 앞으로 진짜 잘 돼서, 누구보다도 성공해서, 그런 멋진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네가 없는데!"

서둘러 버튼을 누르고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옆에 던져놨다. 이해가 안 되던 많은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음에 만났을 때, 신우 형이 진영이 형도 같이 하고 싶어한다는 말만 했다. 나 역시 그거 다행이다, 라는 대답만 했고. 그 외에 어떠한 말은 묻지도, 하지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결국, 많이 얘기하고 상의한 결과, 우리 넷이 따로 독립해 나오기로 했다. 완전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와 어떻게든 잘 얘기해 바로 형과 같이 활동할 생각이다. 변하는 건 없다고, 최대한 변하지 않게 하겠다고 형들은 말했지만... 모든 게 변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으니까. 우리끼리의 사이가, 이해관계가 조금씩은 달라졌다 하더라도, 우린 한 팀이고, 가족이니까. 어떤 상황이 와도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테니까.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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