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 진짜. 도대체 이놈의 오디션은 언제 보는 건데? 이 '연습'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건데? 요즘 녀석은 만날 때마다 '연습'을 도와달라고 난리다. 제발 그냥 PC방에 가서 게임하면 안 되는 거야? 아예 요즘은 대놓고 쉬는 시간이 맞을 때마다 내 집에 쳐들어온다. 아니, 도와주겠다고 한 건 맞지만 이건 진짜 너무 하잖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주째야 이게!

오늘따라 왠지 더 기분이 좋아보여서 괜스레 더 얄밉다. 가뜩이나 난 자기 때문에 머리가 뒤죽박죽인데, 얘는 요즘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 아, 짜증나.

아주 자기 집인 양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따라마시는 모습까지 짜증난다. 요즘 게임하자고 하면 바쁘다고 하면서 이럴 땐 아주 시간이 널널하지? 너 때문에 티어 내려갔다고, 임마! 그냥 다 짜증나서 이유없이 주먹질을 몇 번 했는데도 뭐가 좋은지 계속 실실거린다.

"뭔데, 무슨 일인데 그래? 뭐 잘못 먹었냐?"
"궁금하면 따라와 봐."

무슨 일인지 궁금해져서 결국 빈이를 따라나섰다. 엘리베이터에 타 1층을 누르려 하는데 빈이가 내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B2를 누른다. 뭐지? 싶어 쳐다보자 여전히 실실거리며 웃고 있다. 손을 빼내려는데 꽉 잡아 깍지까지 낀다. 오글거리는 건 죽어도 싫어하는 애가 왜 이러나 싶다.

그러고 보니 요즘들어 이 녀석 스킨쉽이 늘었다. 매일 나와 형들을 보며 너네 그룹은 무슨 매일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만나면 떨어질 줄을 모르냐고 툭하면 뭐라던 녀석이 요즘은 자기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하여튼, 얘도 참 웃기는 녀석이다.

지하 2층에서 내리자 녀석이 뭔가 큰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눌렀다. 삑, 소리와 함께 저쪽에 있는 늘씬한 스포츠카 한 대의 헤드라이트가 깜빡인다.

"뭐야, 너 차 샀어?"
"완전 죽이지?"

차는 진짜 너무 예쁘게 생겼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본 영화에서 나왔던 것 같기도. 그 때도 너무 예쁘다고 한참 떠든 기억이 난다.

"근데 넌 운전도 못 하면서 무슨 차야?"
"운전이야 연습하면 되는 거고. 드라이브 가자."

무작정 손을 잡아 끈다.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다.

"운전 연습은 너 혼자서 할 것이지 왜 날 끌고 가려고 그래. 난 이 나이에 요절하기 싫거든?"
"내가 설마 이 좋은 차 연습 한 번 안 하고 끌고 나왔으려고?"

녀석이 고집 한 번 부리기 시작하면 꺾을 길이 없다. 결국, 차까지 끌려왔다. 아, 가까이에서 보니 차가 너무 예뻐서 진짜 타보고 싶다.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너 진짜 운전 잘할 자신 있어?"
"내가 너 다치게 할까 봐?"

약간 이해 못 할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에 결국 운전석 옆자리에 탔다. 녀석은 또 뭐라뭐라 궁시렁대고 있다. 자세히 들어보니 형들이 운전하는 차는 잘만 타면서 어쩌구 하고 있다. 얘 요즘 왜 툭하면 우리 형들을 걸고 넘어지는 건데? 뭐라고 한소리 하려는데 시동 건 차 엔진 소리가 너무 그르릉대는 고양이 같아서 다른 생각이 다 날아가 버렸다. 역시, 겉이 예쁘면 속도 예쁜 건지, 차 인테리어도 너무 예쁘다.

그런데... 이 녀석 운전 잘하는 거 맞아? 왜 이리 겉멋 든 포즈로 운전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형들은 편하게 잘만 하더만 얘는 무슨 차 뒤로 뺄 때도 굳이 내 헤드레스트에 팔을 걸치고 뒤를 돌아보며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고 있고, 도로에 나가서도 굳이 한 손으로 운전하며 한 손은 내 손을 꽉 잡고 있다. 이 녀석, 무서우면서 아닌 척하고 있나 보다. 그래도 차사고로 죽고 싶지 않아서 손을 꼭 잡아주었다. 제발 긴장 좀 풀으라고.

결국 별다른 일 없이 한강까지 왔다. 아, 진짜 형들 보고 싶다. 우리 형들은 운전도 완전 잘하는데.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막막하다. 지갑이라도 들고 왔으면 갈 때는 택시타고 갈게, 라고 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이 녀석 또 삐칠까봐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래도 막상 도착했다고 뿌듯해 하며 날 보는 녀석의 얼굴을 보자 뭐, 여기까지 왔으니까 어떻게 또 집까지는 가겠지, 싶은 게 나도 참 착한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가끔가다 드라이브까지 같이 다니게 되었다. 이 녀석은 운전이 늘지도 않는지 항상 내 손을 꼭 잡고 운전했다. 형들 말로는 운전은 자신감이라는데, 참, 녀석도... 그래도 뭐, 차차 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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