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간들이 진짜!"

트위터를 서치하던 손가락이 바르르 떨린다. 내가 이러자고 이 둘을 엮어줬나 싶다. 진짜 형들만 아니면....








처음에는 귀여웠다. 둘이 아주 서로 좋아 죽겠는데 공개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고, 그냥 서로 좋아하는 거 은근슬쩍 티내는 게 형들이지만 꽤 귀여웠다. 하지만 지금은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형들이 새로 내는 앨범에 실을 곡들을 들려줬을 때 좀 심하다 싶었지만, 뭐, 노래에 대한 영감은 진영이 형이 늘 말하는 대로 경험에서 나오는 거니까. 옛날에 만들어 뒀다던 노래 몇 곡 빼고는 다 사랑노래인 것도 어쩌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동우 형의 노래 중 한 곡은 아주 대놓고 진영이 형을 위한 노래였다. 그래놓고는 팬들을 위해 만든 곡이라느니, 그 노래의 메인보컬은 나라느니 하면서 되도 않는 포장을 했다. 그것까지는 귀엽게 봐줄 수 있었다.

그 노래를 굳이 콘서트 세트리스트에서 뺀 것도 살짝 이해가 가긴 했다. 물론 시덥잖은 변명으로 콘서트에 어울리지 않아서 빼겠다고 했을 때는 좀 그랬다. 아니, 테마가 우주인 콘서트에 주제가 별인 노래가 어울리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진짜. 그래도 뭐, 다들 그래?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으니까.

형들이 듀엣곡을 부른다고 할 때도 괜찮다 싶었다. 동우 형 말대로 팬들이 91라인을 좋아하니까, 둘이 유닛하는 거 많이 보고 싶어하니까. 하지만 선곡이 '벅차'라니. 이건 아주 대놓고 콘서트 무대에서 서로에게 세레나데 하겠다는 거잖아. 물론 둘 사이를 아는 사람이 나 혼자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나뿐이었지만. 정환이 형은 형들이 우리 노래를 불러준다고 감동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래도 뭐, 콘서트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 우리 팬들이니까, 형들이 저리 티내도 괜찮겠지, 하고 넘어갔다.

둘이 셀카 찍어서 올리고 싶은데 갑자기 그러기 민망하니까 동우 형이 애꿎은 우리들을 먼저 붙잡고 셀카를 찍어달라고 할 때도 나름 귀여웠다. 무슨 컨셉 잡은 거 마냥 다른 사람들은 일부러 딴청 피워달라고 하고, 자기들끼리만 아주 예쁘게 찍을려고 하는게 눈에 보여서, 진짜 곧 27살 되는 형들이 이리 귀여워도 되나 싶었다. 툭하면 나보고 모쏠이라고 놀리더니, 아주 둘이 연애는 처음 해보는 사람들 마냥 뭐가 이리 조그마한 일에도 열올리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그러겠나, 싶어서 웬만하면 하자는 대로 해주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이건 아주 대놓고 우리 연애해요, 광고하고 있는 거잖아.

나는 고개를 들어 형들을 바라보았다. 진영이 형은 소파 한쪽 끝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고, 동우 형은 반대편 끝에 앉아 노래를 듣고 있었다. 내가 둘 사이를 안다는 걸 동우 형 혼자밖에 모르니까 결국 또 동우 형과 얘기를 해야하려나.... 결국 형에게 갠톡을 보냈다.

'형, 장난해요? 왜 티내지 못해서 안달이에요?'
'뭐? 똥개, 무슨 일인데 그래.'
'형이랑 진영이 형이랑 완전 럽스타그램이라고 팬들 사이에서 난리난 거 알아요?'
'럽스타그램? 그게 뭐야.'

하면서 실실 웃는데 완전 얄밉다. 아오 진짜, 형만 아니면 정말...

'형이 진영이 형 인스타에 뭐 올릴 때마다 따라서 올렸잖아요. 팬들이 그거 모아놓고 완전 빼박이라고 그러고 있다구요. 들키고 싶어서 그러는 거에요?'
'그래?'

그래? 라니. 아오 저걸 확.

안무선생님을 기다리는 잠시 동안 짬이 나 서치를 하기 시작했던 난 처음 보는 계정 글을 읽고 있었다. 팬들이 우리를 커플로 엮어서 글을 쓰는 RPS계정인데, 상당히 낯부끄러운 글들이었지만 왠지 웃기기도 해서 이것 저것 읽고 있었는데 그 중에 리트윗 된 글이 눈에 띄었다. 형들 인스타그램을 모아놓은 글이었다. 무슨 글씨도 거의 토씨 하나 안 틀리게 동우 형이 계속 진영이 형을 따라 글을 올리고 있었다.

저 둔팅이 곰, 진짜. 팬들이 우리 일거수일투족을 거의 나노단위로 관찰한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대놓고 완전 티내고 있다니. 이건 꼭 둘이 연애하고 있다는 거 알아달라고 길 한복판에서 소리치고 있는 거랑 뭐가 달라.

왠지 모르게 형들은 늘 신경 안 쓰는데 나만 매일 마음 졸이고 조마조마해하며 살고 있었다. 그게 갑자기 더 억울해졌다.

'그러니까 형이 수습해요. 어쩌려고 이래요?'
'수습하고 말고 할 게 어딨어? 그냥 팬들도 긴가민가 하고 있을 텐데. 나중에 정 뭣하면 내가 장난친 거라고 하면 되지. 팬들은 나랑 진영이랑 친하게 지내는 거 좋아하니까 팬서비스였다고 다 그러려니 할 걸? 신경쓰지마, 똥강아지.'

하... 둔팅이 곰인 줄 알았는데 곰의 탈을 쓴 영악한 여우였다. 이미 거기까지 다 생각하고 있었단 거지? 괜히 지난 몇 달 동안 마음 졸이며 살아온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아오, 진짜 형만 아니면...

너무 얄미워서 도저히 가만히 넘어갈 수 없었던 난 양치하러 갔던 정환이 형이 돌아오는 소리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정환이 형, 형이 지난번에 페이스북에서 한 그 개인기 있잖아요."
"개인기? 아, 그거 물고 모르는 척하는 표정?"
"응. 나 그거 좀 찍어서 트위터에 올리게 형이 동우 형 좀 물어줘요."
"오호. 우리 찬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정환이 형이 동우 형에게 다가갔다.

"아, 이 오리 왜 이래?"
"형, 팬들이 정환이 형 개인기 좀 올려달래요. 그거 좀 찍게 가만히 있어줘요."

결국 동우 형이 정환이 형에게 대여섯 번 물리는 걸 여러 각도에서 찍은 후에야 마음이 풀렸다. 이왕 얘기 꺼낸 거 진짜 트위터에 올려볼까 싶어서 찍힌 동영상을 보는데 그 중 소파 이 쪽 끝에서 찍은 앵글에 걸린 진영이 형이 동우 형을 너무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어서 나까지 부끄러워졌다.

이걸 올려, 말어?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저렇게 티내고 싶어하는 둘을 내가 도와줘야지 싶어서 영상을 올렸다. '거친 오리와 물리는 곰과 그걸 지켜보는 여우'라는 제목으로. 이따가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아까 봤던 계정을 다시 가 봐야지,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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