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B1A4를 탈퇴하고 싶습니다."

순간 모두 놀라 동우 형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난 나도 모르게 진영이 형 쪽을 힐끔 쳐다봤다. '쨍'하는 소리와 함께 형이 그동안 조심히도 고수해 왔던 보이지 않는 가면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적어도 나에게는.

정신을 차리고 나도 동우 형 쪽을 쳐다보았다. 형은 모든 감정을 배재한 얼굴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시선을 앞으로 향한 채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음 앨범을 논의하기 위해 사장님과 팀장님, 그리고 멤버들이 모인 자리에 갑자기 이런 폭탄을 던지다니. 결국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사장님이었다.

"동우야."
"이번 앨범을 끝으로 그룹 활동을 끝내고 싶어요. 다음 재계약 때는 B1A4 신우가 아닌 아티스트 신동우로 계약하고 싶습니다. 만약 그게 어려우면 다른 데 알아볼게요. 이번 앨범이 제가 참여하는 마지막 앨범이 될 것 같습니다.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테이블에 모여 있던 모두가 한꺼번에 입을 열었다.

"형, 뭐 우리한테 화난 거 있어요? 왜 그래요?"
"형, 내가 지난 번에 안 놀아줘서 그래요? 형, 무섭게 왜 이래요."
"동우야, 이 무슨 소리야? 너 정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룹 탈퇴하고 잘 된 아이돌이 있기나 해? 왜 갑자기 그러는 건데?"

하지만 진영이 형은 얼어붙은 듯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쨍'. 또 다시 금이 갔다. 형의 가면이 거미줄 같은 금으로 뒤덮이고 있다. 난처할 때 짓는 웃음도 아니고, 화났을 때 짓는 표정도 아닌 요상한 표정으로 동우 형을 쳐다보고만 있다. 그런 진영이 형을 쳐다보며 나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그럼 전 곡 작업하던 거 끝낼 게 있어서..."

정작 폭탄을 던진 장본인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일어섰다. 한꺼번에 얘기하던 사람들이 다 입을 다물었다.

"동우야."

문 쪽으로 향하던 동우 형이 사장님 목소리에 돌아보았다.

"아직 재계약까지는 시간 많이 있으니까 좀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자. 우선은 이번 앨범 준비에 신경 쓰고."

사장님의 말에 동우 형은 가볍게 목례한 뒤 사무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 주문에서 풀려난 듯이 진영이 형이 갑자기 뛰쳐나갔다. 약속이나 한 듯 나머지 멤버 세 명도 그 뒤를 따랐다.

계단 쪽으로 향하던 동우 형의 팔을 낚아챈 진영이 형은 정작 동우 형이 내려보자 할 말을 잃은 듯 했다. 그 주위를 우리 셋이 에워쌌다.

"형, 진짜 뭐든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미안하니까 이러지 마요. 무섭게 왜 이래요."
"형, 우리 뭐든 얘기로 푸는 사람들이잖아요. 얘기 좀 해요."

거의 애걸복걸하는 선우 형과 정환이 형 옆에서 나는 여전히 입을 열지 못했다. 진영이 형은 거의 매달리듯 동우 형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오래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야. 이미 끝난 얘기야. 이번 앨범이 내 마지막 앨범이니까 열심히 준비해서 잘 하자."

동우 형의 차가운 얼굴과 차분한 말에 형들은 입을 다물었다. 동우 형은 더 이상의 말 없이 아직도 자신의 팔을 꽉 쥐고 있는 진영이 형의 손을 떼어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든 듯 진영이 형이 다시 동우 형의 팔을 잡았다.

"동우야, 이러지 마. 제발."

설명할 수 없는 표정으로 진영이 형을 내려다보던 동우 형은 다시 진영이 형의 손을 떼어냈다.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미안하다."

역시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말하며 동우 형은 돌아섰다.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갔다. 남겨진 우리 셋은 서로의 망연자실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난 역시 나도 모르게 진영이 형을 쳐다보았다. 우리보다 한 걸음 앞에, 동우 형을 따라가려 했다는 듯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던 진영이 형의 어깨가 처졌다. 형은 거의 비틀거리듯이 형의 작업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쨍그랑'

형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보이지 않는 가면이 깨져버렸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리는? 그리고 형들은?








처음에는 살아남기 위해 형들을 관찰했다. 생판 모르는 남들과 함께 살면서, 첫인상이 무서운 형들 때문에 실수하지 않으려 형들을 관찰했다...기 보다는 눈치를 봤다고 하는 게 더 맞을 지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형들을 점점 더 알아가면서, 형들이 점점 더 좋아지면서 형들에게 예쁨 받기 위해 관찰했다. 형들이 뭔가를 흘리면 내가 챙겨주고, 기운 없어 하면 가서 놀아주고, 하면서 사랑 받는 막내가 되기 위한 나만의 노력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형들의 모습이 있다는 게 어쩐지 우쭐하게 만드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습관처럼 형들을 관찰하게 되었다.

그래서 형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게 되었다. 늘 발랄하고 에너지 넘칠 것 같은 선우 형이 사실은 가끔 낮은 자존감에 힘들어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상남자에 자신감이 넘쳐 하늘을 찌르는 정환이 형도 사실은 열등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늘 엇갈리는, 주인을 찾아가지 못하는 두 개의 시선도...

처음에는 큰형들의 관계가 신기했다. 연습생 시절에는 둘이 제일 친했다. 질투날 정도로 매일 붙어다니며 같이 얘기하고, 이어폰 나눠껴서 노래듣고 하는 게 팀 내 동갑내기가 없는 나한테는 진짜 부러운 일이었다. 그런 둘의 사이가 좀 어색해졌을 때는 진영이 형이 투표로 리더가 됐을 때. 자존심 강한 동우 형이 상처받았을까 봐 진영이 형이 눈치 보는 게 살짝 안쓰러웠다. 하지만 동우 형은 "될 사람이 된 거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 이후로 진영이 형이 좀 더 동우 형에게 조심스러워 하는 게 느껴졌다. 그런 진영이 형을 약간 부담스러워 하는 동우 형도. 그 때부터 진영이 형이 약간 가면을 쓰고 있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뭔가를 숨겨야 한다는 듯이...

진영이 형이 처음 만든 곡을 들려줬을 때였나. 다섯 명이 옹기종기 모여 노래를 들었다. 그 때 진영이 형은 계속 동우 형을 힐끔거리며 동우 형의 리액션을 보고 있었다. 우리 다 노래가 너무 좋다고, 형 완전 천재 아니냐고 시끄럽게 떠들었지만, 노래 진짜 좋다, 하는 동우 형의 말에 비로소 안도의 미소를 보였었다. 그러다 내가 보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형은 다시 그 가면 뒤로 숨어버렸다.

데뷔하고, 바빠지고, 리얼리티 예능에 팬들의 직캠에, 점점 카메라에 노출이 많이 될수록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물론 팀을 이끌어가는 큰 형들의 입장에서 엄마, 아빠의 역할을 맡아 우리 셋을 리드해야 하니까, 형들의 어깨에 놓인 무거운 책임감에 정작 서로에게 줄 시간이 없었던 거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그 때부터 둘의 엇갈리는 시선이 느껴졌었다. 뭔가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쳐다보다가, 정작 그 쪽이 고개를 돌리면 딴청을 부린다던가, 하는 그런 거... 그럴 때는 형들의 시선이 조심스러워서, 마치 누구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 하는 것 같아서 이상했었다.

어느 날 동우 형이 한껏 멋부리고 숙소를 나갔다. 밤 늦게야 돌아온 형에게 "어디 갔었어요?" 하고 묻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데이트"라고 대답했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거실 한켠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던 진영이 형 눈치를 봤다. 진영이 형은 아무 표정 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못 들은 듯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표정 역시 형의 가면이었다.

그 다음날부터 진영이 형은 동우 형을 무조건 '신우'라고 불렀다. 방송이 아닌 우리끼리 있을 때도.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처음엔 의아해하던 동우 형도 뭐, 그게 더 편하다면야, 하면서 넘어갔다. 뭔가 둘 사이에 암묵의 이해가 있었던 걸까... 우리 셋은 회사에서 내린 연애금지 수칙을 어긴 동우 형이 걱정되었는데도 형은 뻔뻔하게 "그래서 뭐? 이를 거야?" 라고 했고, 그런 동우 형에게 진영이 형 역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둘을 보며 그동안 내가 느꼈던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과 어색함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정작 당사자 두 명은 모르고 있던 그것을...

한동안 뻔질나게 바꿔가며 여자를 만나던 동우 형은 금세 귀찮아졌는지 다시 집돌이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진영이 형이 바깥으로 돌았다. 물론 개인 스케줄에 곡 작업에 드라마 촬영에 바빴지만, 마치 숙소에 오기 싫다는 듯이 일 없는 날에도 회사 건물의 자기 방에 틀어박혀 곡 작업만 하고, 잠도 거기서 쪽잠을 자는 듯 했다. 역시나 우리 셋은 저러다 무슨 일 나는 거 아니냐며 걱정했지만, 동우 형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형들이 말을 꺼냈다. 이제 숙소 생활 그만할까? 하고. 그렇게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앨범 사이에 텀이 너무 길어 힘들어하는 팬들을 위해 이번에는 빨리 앨범을 내자, 하며 모인 회의에서 동우 형이 폭탄을 던졌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나뿐인 것 같다. 지금까지 거의 10년간 형들을 관찰해 온 나니까... 하지만... 하지만...








형들이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던 행동들이, 감정이 담겨 무거운 시선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형들이 서로의 마음을 모른 채 가슴앓이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 것도. 하지만 그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형들이 나에게 천사같이 착한 막내라고 해도, 결국엔 나도 이기적이 놈이었다. 형들과 함께 있는 게 너무 좋아서, 우리 팀이 너무 좋아서, 이게 깨지는 게 싫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형들이 사귀다가 헤어지기라도 하면 우리 팀도 깨져버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기왕 얘기 꺼낸 거, 솔직해져 볼까. 이상했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다니. 너무 이상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형들을, 그 눈길 뒤에 감춰진 감정을 보면서도 그 의미를 몰랐다. 나중에 그게 뭔지 알게 됐을 때도 모르는 척했다. 형들이 서로의 마음을 모른 채 혼자 힘들게 짝사랑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척했다.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기를 바랐다. 그러다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 결국 이 사달이 난 건 내 탓이다. 그러니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인 거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어때서... 내가 뭐라고 내가 이해 못하는 일이라고 이렇게 만들어버린 거지? 내가 이렇게 나쁜 놈이었던가? 형들은 날 늘 사랑해주고 아껴줬는데... 아, 진짜 나쁜 놈이다, 난...








벨을 누르고 기다리니 문이 슬쩍 열린다. 며칠 사이에 형은 초췌해져 있었다. 아무리 차가운 얼굴로 차가운 말투로 얘기를 꺼냈어도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런 말은 해 놓고 아무렇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니까, 이런 상황까지 온 거다.

"동우 형."
"들어와."

별말 없는 형을 뒤따라 형의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한 형답지 않게 여기저기 뭔가 너저분하게 널려 있다. 형 역시 수염도 깎지 않은 모습이었다. 형은 소파 한쪽에 앉으면서 옆으로 손짓했다. 형 옆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자켓을 한 쪽으로 치우고 앉았다.

"미안해요. 연락도 없이 와서."
"뭘 새삼스레..."
"근데 나 보고 안 놀라네요?"
"이미 다람쥐랑 오리랑 다녀갔거든."
"그래요?"

형의 말투에 감정이 없다. 만사 귀찮고 피곤하다는 표시다.

"형들이 뭐래요?"
"다람쥐는 같이 힙합 유닛하기로 해놓고 배신 때리는 거냐고 한참 뭐라고 하고 갔고 오리는 앞으로 진이랑 안 놀고 나랑만 놀아주겠다고 회유하다가 갔고."
"형들 답네."
"내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을 그렇게 쉽게 내렸으려고."

형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래, 넌 무슨 말 하러 온 건데?"라고 묻듯이. 그래서 나도 폭탄을 던졌다.

"형 진영이 형 좋아하죠?"

형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 내 맘 한쪽 구석에 있는 못된 내가 고소해 한다. 형이 던진 폭탄에 맞고 놀란 나만큼 형도 놀란 것 같아서.

"뭐... 무슨... 말이... 말도..."

눈 동그랗게 뜨고 더듬거리는 게 진짜 곰 같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귀엽다고 웃었을 거다.

"내가 형들 10년 가까이 지켜봐 왔잖아요. 그런 나니까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형이 진영이 형 좋아하는 거 오래전부터 눈치채고 있었어요. 몰래 몰래 쳐다보고 있는 것도, 안 그러는 거 같으면서도 계속 신경 쓰고 있는 것도. 형 한참 여자 만날 때도 어쩌다 형이 만나던 애 본 적 있는데 완전 진영이 형이랑 똑같이 생긴 애더만. 그 때 확신했어요. 형이 진영이 형 좋아하는 거."

여전히 입만 벌린 채 듣고 있던 동우 형이 겨우 입을 떼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진영이는 남잔데. 내가 어떻게 걔를 좋아해."
"왜? 남자가 남자 좋아하면 안 되는 거예요?"

형에게 하는 말이지만 결국은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남자가 남자 좋아하는 게 잘못은 아닌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 형들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다, 라고. 그런 형들을 엮어주려는 나도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그게... 그래도... 남잔데..."
"그거 때문에 형 우리 팀 관두려는 거잖아요. 진영이 형 옆에서 계속 지켜보는 게 괴로워서. 아니에요?"

할 말이 없는지 입만 뻥긋거린다. 그렇다면 더 큰 폭탄을 던져 볼까?

"진영이 형도 형 좋아하는 거 알아요?"

이번엔 작은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것처럼 커진다. 역시 모르고 있었구만. 이 둔팅이 곰돌이 형.

"형이 옆에 있으면 괜히 큰 소리로 정환이 형이나 선우 형에게 장난치는 거 알아요? 마치 관심 끌고 싶다는 듯이. 그래놓고 형이 쳐다보면 마주 보지도 못하면서. 형이 칭찬해주면 남몰래 혼자 좋아하는 거 알아요? 형이 하는 시덥잖은 개그도 다 재밌다고 웃어주는 거 알아요? 형이 탈퇴한다고 한 이후로 자기 작업실에 틀어박혀서 며칠째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미친 사람처럼 곡 작업만 하고 있는 거 알아요?"

이렇게까지 얘기했는 데도 못 알아들었다는 듯이 눈만 껌벅인다.

"형."
"나는... 모르겠어.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진영이가 나를..."

아, 답답해.

"형들 서로 몇 년째 좋아하고 있었던 거라구요. 형이 진영이 형 좋아해온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진영이 형이 형 좋아한 거라구요. 그러니까 가서 고백하고, 서로 마음 확인하고, 그러라구요. 지금 당장."

내가 하는 말이 마치 명령이라도 된다는 듯이 동우 형이 고분고분하게 일어났다. 머리가 터질 듯이 생각이란 걸 하다가 누군가 드디어 해결책을 제시해 줬다는 듯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내가 옆에 치워놓은 자켓을 들고, 테이블 위에 놓인 차키를 집어든 형은 잠시 멈칫했다.

"찬아, 근데... 이게... 맞는 걸까?"

아오 이 소심쟁이.

"좋아하면 그걸로 된 거지 다른 게 뭐가 중요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형들 편이에요. 영원히."

형은 내게 희미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집을 나섰다. 나 역시 주인 없는 집에 앉아있기가 껄끄러워 일어섰다. 이제 다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다음 날, 동우 형은 사장님과 일대일 면담 후 연습실에 모여 기다리고 있던 우리에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새 앨범 준비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헛소리했던 거라고, 미안하다고. 선우 형과 정환이 형은 이럴거면서 왜 마음 졸이게 만들었냐고 주먹질하고 깨물고 아주 난리를 쳤다. 그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나는 나도 모르게 다시 진영이 형을 힐끗거렸다. 늘 동우 형에 관한 한 자기 감정을 가면 뒤에 숨기던 형이, 가면이 깨진 지금 어떻게 할까 궁금해져서.

내가 쳐다보는 걸 느꼈는지 형은 다시 가면을 쓴 듯 표정을 바꿨다. 하지만 난 형이 그러기 전의 표정을 이미 본 후였다. 아주 행복해 좋아 죽겠단 표정을. 뭐, 다 괜찮겠지. 이제 다 괜찮아지겠지, 싶어졌다.

하지만 괘씸한 건 괘씸한 거니까. 나도 선우 형과 정환이 형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진짜 10년만에 처음으로 동우 형의 목에 헤드락을 걸었다. 켁켁거리는 형을 보며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걸 느꼈다. 진작에 이럴 걸,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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